대한민국과 프랑스전이 열린 독일 라이프치히. 옛 동독의 예술도시인 이곳은 라이프치히 광장에서 시작된 붉은 물결이 경기장까지 이어지며 도시의 색채뿐 아니라 환호성까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오∼필승 코리아 오∼필승 코리아 오∼필승 코리아 오오오오오 오레오레오레오∼’. 초대형 디스플레이가 마련된 라이프치히 광장에서는 지난 18일 윤도현 밴드의 노래가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다. 붉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만 보이면 이들은 박수를 치며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프랑스전이 끝난 후에는 눈만 마주치면 ‘코레아, 넘버원’을 외쳤다. 비록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날의 라이프치히는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었다. 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스폰서가 아닌 관계로 경기장 인근에는 진출할 수 없었던 한국 주요 전자업체가 이번 월드컵과는 무관하게 설치한 대형 홍보물도 도시 구석 구석에서 DMB코리아·IT코리아의 위상을 알리고 있었다. 한국의 지상파DMB는 개막전을 소화하면서 ‘손 안의 월드컵’ 시대를 열기도 했다.
월드컵 참가국 이미지를 담은 축구공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공은 첨단기술과 디지털 문명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합성돼 있다. 지금의 한국이 전자·IT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최근 차범근 전 축구국가대표 감독이 쓴 글에서 이 같은 상황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아들 두리가 ‘삼성’ 휴대전화를 선물하면 연봉이 수십억원인 독일 선수들도 신기해하며 쳐다본다. 이때 우리 아들놈이 꼭 한마디 덧붙인다. 이거 독일에는 아직 없는 거야. 한국에서 우리 아버지가 가지고 오신 거야.”
한국에서 4개월간 연수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힌 네덜란드의 풀 반동엔(25)은 “한국의 첨단제품은 유럽에서도 매우 호평받고 있다”며 “한국은 IT로 유명한 나라 아니냐”고 반문했다. 우리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딱지(?)가 그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표시인 ‘디스카운드 코리아’ 시절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 이 딱지는 최소한 IT분야에서만큼은 ‘프리미엄 코리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코리아를 알릴 수 있는 IT. 우린 이제 프리미엄 코리아의 상징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라이프치히(독일)=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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