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나 분자 한두 개로 트랜지스터(전기신호 증폭·제어·스위칭 소자)를 구현하는 것은 과학기술계 숙원이다. 실용화 시점, 상업적 가치 등을 확신할 수 없지만 그 과학적 가능성을 박홍근 교수(39·하버드대 화학과)가 열었다.
지난 2000년 풀러렌(60개 탄소분자가 축구공 모양으로 결합한 물질)을 이용해 세계에서 가장 작은 트랜지스터를 만든 것. 이어 2002년에는 금으로 만든 2개 전극을 2나노미터(㎚) 정도 서로 떨어뜨린 뒤 그 사이에 바나듐·코발트 분자를 배치하는 형태로 ‘단(單)분자 트랜지스터’를 구현했다.
과학기술자들은 “사실 언제쯤 원자 하나로 구현하는 트랜지스터를 실리콘계 반도체처럼 상업화할 수 있을지 가늠키 어렵다”고 말한다. 실험으로 ‘가능함’을 입증하는 것과 ‘실용화’하는 것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같은 경쟁에서 가장 앞서 달려나간 과학자다. 최근에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이나 생화학무기를 검출할 수 있는 단분자 및 탄소나노튜브 센서, 뇌파 감지 등으로 연구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1990년 서울대를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에서 4년만에 박사학위를 땄고, 1999년 32세에 하버드대 교수가 됐다. 이후 세계가 주목할 연구성과를 내자 한국 언론이 그의 이름 앞에 ‘노벨상 후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 먼 미래에 그의 연구성과가 인류 삶에 기여했을 때에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될 것이다.
박 교수는 20일 서울에 들어와 세계 나노기술 개발 현황을 놓고 국내 과학자들과 머리를 맞댄다. 나노기술 정보·지식 보따리를 풀어놓도록 과학기술부가 ‘울트라프로그램’이라는 자리를 마련한 것. 그런데 특별한 멍석을 깔아주기보다 ‘박 교수가 자기 일을 즐길 수 있도록 차분히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까. 염원인 한국 첫 노벨상 수상이 더 가까워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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