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기아자동차 김 과장은 서울에 있으면서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있는 직원들과 자주 회의를 한다. 김 과장은 실시간으로 전송된 각종 문서를 보면서 조목조목 문제점을 짚어 난상토론을 벌인 후 결론을 내리곤 한다. 예전에는 이 같은 일이 사내에 있는 영상회의실에서만 가능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PC에서 가능하다. 이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전 직원 8만여명의 PC에 영상회의 솔루션을 설치하면서 생긴 새로운 풍속도다.
SK(주)도 본사 회장실, 베이징사무실을 비롯해 일부에 영상회의실을 구축한 데 이어 전사적으로 영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일부 임원이 아닌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영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시장규모도 급팽창하고 있다. 업계 추정 시장규모는 지난해 380여억원에서 올해 600억원 그리고 내년에는 800여억원으로 매년 4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유비쿼터스 솔루션으로 부각=현재 영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한 곳은 관공서 100여곳을 포함해 병원·일반기업체·학교 등 3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영상회의 시스템 판매 증가는 회의 기능뿐만 아니라 원격 교육·진료·상담 등 활용분야가 다양해지는 데 따른 것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업무환경 변화도 한몫했다. 지속적인 유가 폭등으로 불필요한 출장 경비절감이 기업의 이슈가 되고 있다. 또 행정중심도시 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으로 영상회의를 통한 중앙 정부 부처와의 협업도 절실해지고 있다. 여기에 전국적인 u시티 구축 바람도 영상회의 시스템 시장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송혜자 우암닷컴 사장은 “인프라가 점차 좋아지면서 단순 회의뿐만 아니라 원격 교육·상담 등 다양한 분야로 기능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소비자가 유비쿼터스 환경을 갖추기 위한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HW 임대도 수요 높일 듯=폴리콤·탠드버그·소니 등 영상회의 하드웨어(HW)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폴리콤과 탠드버그가 우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소니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소니는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국내 총판 아이니츠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아이니츠는 KT비즈메카와 함께 유비쿼터스 콘퍼런스 시스템(UCS) 상품을 만들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는 비싼 HW를 저렴하게 임대해 수요를 크게 늘리겠다는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김동철 아이니츠 부사장은 “모든 HW 시스템이 비싸 중소 기업체 및 소호 사업장에서는 도입하기 어려웠다”며 “KT비즈메카 UCS 리스형 상품을 구입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커 중소업체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W를 넘어서 서비스 시대로=영상회의 솔루션 확산 배경에는 소프트웨어(SW)의 도움이 컸다.
SW업체들이 내세우는 클릭투미트(click to meet) 기능이 바로 그것. 이는 PC 등 단말기에 설치해 클릭만 하면 누구와도 연결할 수 있는 것인데 이 같은 장점 때문에 HW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W업체로는 우암닷컴·컴인포·새하소프트·MC글로벌 등 여러 국내 업체가 포진해 있다. 이들 업체는 국내 환경에 맞는 시스템을 쉽게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외산 업체와 경쟁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또 단순 SW 제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늘고 있다.
트라이콤의 ‘비즈온’ 서비스는 라드비전의 SW 소스를 국내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이를 HW와 함께 붙여 판매하고 있다.
박재영 트라이콤 상무는 “영상회의실 구축에만 중점을 두던 시대는 지났다”며 “영상회의 시스템은 웹으로 음성·문서 등을 전송할 수 있는 콘퍼런스 솔루션이라는 개념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