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O시장 `그들만의 잔치`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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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장조사기관이 연초에 발표한 2006년도 국내 IT 시장 예측에 따르면 IT아웃소싱(ITO) 시장은 지난해 1조4000억원 대비 13% 정도 성장한 1조6000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또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은 전체 53%인 금융권으로서, 대다수 금융기관은 앞으로 2∼3년 내에 ITO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언론기관이나 업계 역시 연초에는 국내 시장을 대기업 계열의 국내 IT 서비스 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다국적 기업들의 맹추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최근 업계 동향을 보면 아직 상반기가 지나지 않은 현재 ITO 시장의 주도권은 대형 다국적 기업에 넘어간 것 같다. 다국적 기업들이 조직과 영업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적정 규모 기업의 전산실 인수에 나서는 등 토털 아웃소싱 수요의 자극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조직을 오히려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대규모 ITO 프로젝트들이 다양한 시장 요인 때문에 추진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장기적 영업 전략이 필요하고 리스크·수익성 등의 부담으로 과감한 영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토털 ITO 시장은 전방위적인 서비스 인프라와 함께 장기적 안목에서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다. 따라서 국내 대기업들조차 주저하는 이 ‘그림의 떡’을 IT 중견· 벤처 기업들이 수주하는 것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올해만 5조5000억원, 오는 2008년 6조7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국내 ITO 시장이 소수 다국적 기업의 독무대가 되도록 두고만 볼 것인가. 뜻있는 전문가들도 ‘대기업들이 그룹 관계사 중심의 제한적 아웃소싱에 안주하지 말고, 그동안 축적해온 노하우를 무기로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투자와 영업에 나서 ITO 시장이 글로벌 기업만의 잔치 마당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면 길도 달라지듯이 희망 섞인 자료도 있다.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의 발표 자료를 종합하면 국내 IT 아웃소싱 시장은 단기 계약과 ‘선택적 아웃소싱(selective outsourcing)’의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업들이 IT부문에 대한 토털 아웃소싱으로 핵심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 특정 회사와의 장기·통합 계약에 따른 ‘통제력 상실’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선택적 아웃소싱 모델에 대한 선호도 증대 및 특화된 전문업체의 등장 등이 ITO 시장 성장의 한 축이 될 것이란 분석을 빼놓지 않았다.

 해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선택적 아웃소싱이라면 핵심요소 기술과 인프라를 갖춘, 특화력 있는 국내의 중견·벤처 기업들도 얼마든지 접근이 가능한 시장이다.

 3대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사설망을 구축해둔 금융권만 해도 그렇다. 금융권에는 현재 사이버 증권거래시스템(HTS) 실시간 네트워크 백업 및 DR센터 등과 함께 토털 트래픽 매니지먼트(STM) 서비스, 전문네트워크관리(NMS), 코어 뱅킹 솔루션 등 원천 기술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명백한 아웃소싱’을 실현하고 있는 기관이 부지기수다. 대부분 중견·벤처 기업이 공급한 것들이다.

 금융권에서 활약중인 중견·벤처기업의 수, 주력 솔루션 및 서비스 등의 핵심역량, 영업력, 매출 등의 활동상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ITO 시장을 ‘그림의 떡’으로 지레 사업 계획에서 간과하는 대신 각자가 가진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개미 군단을 형성, 거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선택적 아웃 소싱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와 확신을 일반화하기만 한다면 거대한 ITO 시장이 ‘소수 골리앗만의 잔치마당’이 아니라 ‘수많은 다윗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실례다.

   ◇윤기주 니트젠테크놀러지스 엔피아사업부문 사장 kjyoon@enp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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