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원톱=토고 대파? 본선 3골 `킬러 본능`

2006 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2002년 신화 재현을 위한 ‘아드보카트號’의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유력한 원톱 스트라이커로 거론됐던 이동국이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박주영, 이천수, 설기현, 안정환, 조재진 등이 치열한 포지션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신형 엔진’ 박지성이 과연 어디에 서느냐도 초미의 관심 대상이다. 그의 위치에 따라 공격진의 대수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독일 월드컵 개막을 맞아 FIFA(국제축구연맹) 공식 라이선스 게임인 ‘2006 피파 월드컵’으로 한국팀의 최적의 포지션과 선수를 테스트해 최고의 베스트11을 뽑아 봤다.

이동국의 대안은 있었다. 아니 어쩌면 원톱의 진정한 주인은 애초부터 이 선수였는지도 모른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핵 박지성을 얘기하는 말이다.

현실에서 그는 공격형 미드필드와 왼쪽 윙 포워드 자리를 오가며 최적의 공격 형태에 대한 실험을 계속해왔다. 현 소속팀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도 같은 포지션을 맡고 있다.

그러나, 게임에선 달랐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한번도 원톱의 자리에 위치한 적이 없지만 그의 능력이면 못 할 것도 없다는 결과가 도출됐다.게임 ‘2006 피파 월드컵’으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박지성은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토고전과 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가장 좋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16강 진출 여부를 결정할 스위스전에서는 천재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원톱으로 기용했을 때 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박지성을 중앙 공격수로 활용하고 왼쪽 윙 포워드에 박주영, 오른쪽 윙 포워드에 이천수를 위치시켰을 때 토고를 상대로 10번의 시뮬레이션 한 결과 6승 1패 3무라는 호성적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현재까지 토고전 선발 라인업상 가장 유력한 구조인 안정환을 센터포워드에 놓고 왼쪽에 박주영, 오른쪽 이천수 선수를 기용했을땐 4승 4패 2무로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가운데 박주영, 왼쪽 설기현, 오른쪽 이천수 선수로 포지션을 만들면 3승 7무라는 용납하기 힘든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물론 이들 포지션에는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항상 뒷받침을 했으나 공격의 창이 너무 무뎠다. 프랑스와의 대전은 더욱 초라해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으며 오로지 박지성 선수를 스트라이커로 기용했을 때만 2승 4패 3무라는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175cm의 작은 키로 헤딩슛은 불가능했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두현은 잦은 패스 미스와 느린 스피드로 공격수들을 지원하지 못했다. 박지성의 미드필더에서 빠짐에 따라 수비력이 다소 떨어진 것도 문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곤한 골결정력을 채우고 경기 주도권을 장악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스위스전은 토고전과는 다소 달랐다.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와 에인트호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보겔은 그들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오히려 이 틈을 노린 박주영의 효과가 더 컸다.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고 있는 센데로스가 방어막을 쳤지만, 박주영은 현란한 드리볼로 홀로 적진을 뚫고 들어가 골을 성공시키는 기적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원톱으로 박주영, 왼쪽 설기현, 오른쪽 이천수, 중원 사령관으로 박지성을 위치시켜 1대0 승리 두번, 2대0 승리가 2번이나 나왔다.

무승무를 기록한 시합도 2대2로 나타나는 등 박주영은 비록 게임 속이지만, 최고의 골감각을 유감없이 뽐냈다. 스위스전은 그를 위한 무대였다. 스위스와 10번의 가상 대결에서 4번을 이기고 6번을 무승부로 결정지었다.

안정환이 톱으로 나서 1승 1패 8무로 나타난 것과 비교가 되질 않았다. 박지성이 스트라이커로 뛴 경기는 3승 1패 6무로 박주영 효과와 유사했으나 1패를 안아 박주영을 기용했을 때보다는 못했다.

이운재의 부동의 보직으로 알려졌던 골키퍼 자리도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살이 찐 몸으로 2002년에 비해 순발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운재. 대표팀 선발에서 김병지를 발탁해 경쟁을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높았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승부차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은 누가 펼칠까. 모든 가상 대결에서 무승부가 많았고 역시 동점이 예상되는 스위스전의 선발진을 통해 승부차기를 실험했다. 골키퍼로 발탁된 김영광, 김용대 선수를 모두 포함시켰다.그 결과, 놀랍게도 김영광 선수가 더 뛰어난 능력을 나타냈다. 50번의 슈팅 가운데 이운재 선수는 7번의 선방을 보였으나 김영광 선수는 9번의 선방을 나타냈다. 김용대 선수는 4번으로 가장 낮았다. 물론 게임을 통한 가상의 실험이지만 이번 GK 능력치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상의 베스트 11은 박지성을 필두로 왼쪽에 박주영, 오른쪽 이천수, 중앙 미드필더 김두현, 좌우측에 김남일, 이을용이 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큰 문제가 없는 한 변화를 주지 않는 수비는 이영표, 최진철, 김영철, 송종국이 붙박이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축구에선 그날그날의 부상 유무와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달라진다는 점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재현을 노리는 대한민국팀의 베스트11은 월드컵 개막 후에도 변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한국팀의 첫 상대인 13일 토고전의 선발진이 어떻게 구성될 지, 또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온 국민의 눈과 귀가 벌써부터 독일로 향하고 있다.

<김성진기자, 모승현기자 harang@etnews.co.kr, mozira@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