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경기 침체와 컨버전스에 따른 경쟁심화’ 국내기업의 중국 OEM이 확대되는 이유다.
셋톱박스 업체인 가온미디어처럼 폐쇄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기업은 국내 불경기를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보고 있다. 자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국내기업은 중국기업의 OEM 제품이 오히려 고맙기만 하다. 홍역을 앓고 있는 MP3플레이어 업체에서는 ‘없어서 못할 정도’다.
중국기업은 기술력을 갖춘 한국기업이 OEM을 하면 제품 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한다. 중국 가전기업의 대표주자인 하이얼은 아예 한국 등 기술 선진국 제품을 OEM으로 활용해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극복한다는 전략을 추진중이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극복에 우리기업을 활용하는 중국의 발상이다.
◇중, ‘이이제이’로 차이나 디스카운트 극복=중국 가전 업계 맹주 하이얼은 가전 제품 대부분을 외자기업에서 전담 생산·마케팅하는 형태의 사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MP3플레이어·디지털TV·셋톱박스·식기세척기 등 상당수를 해외기업을 통해 OEM으로 판매한다. OEM 대상은 내수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기업이다. 하이얼은 최근 디지털카메라 제품 확보를 위해 우리기업은 물론이고 일본기업에 OEM을 제안중이다.
중국 베이징 하이테크박람회에서 만난 류지창 하이얼 정보가전 상품담당 책임자는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OEM을 물색중”이라며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군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얼 외에도 중국의 정보가전 및 생활가전 업체는 중국 경기 활성화에 따른 자금이 확보되면서 우리기업을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자체 개발하는 데 따르는 위험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제품 기술력과 디자인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기업을 선호하고 있다.
더욱이 기술 및 디자인 모방에 따른 국제적 마찰도 피할 수 있어 차이나 디스카운트 극복의 해법으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가전 기술을 배우는 기회로도 활용한다. 하이얼·레노버·TCL·창홍·하이신 같은 대기업은 LCD나 PDP TV 패널 등 우리나라의 주요 제품을 사용한다.
◇밑밥이냐, 백기투항이냐=국내 MP3플레이어 부문 선구자 엠피오의 중국기업 OEM 확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현재 16%에 불과하지만 추후 OEM 물량을 더 늘려가겠다고 한다. 한때 중국 MP3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하겠다던 꿈을 포기한 대가 치고는 적은 편이다.
엠피오 측은 “중국에서 저가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에 중국 OEM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엠피오는 중국이 아닌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와 충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제조업체가 중국 OEM 업체를 자처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는 디지털TV·셋톱박스 등 첨단 가전제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중국 현지 진출을 위한 단계적 방안으로 이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우리기업이 미국 시장 진출 초기에 구사했던 전략과 흡사하다.
두번째는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 가전기업이 단기간에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하이얼은 물론이고 중국 중소 가전기업도 중국 진출을 노리는 우리기업에 공공연히 OEM을 권유하는 실정이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술력 있는 기업이 OEM 파트너가 된다. 중국 경제성장 과정에서 마련한 두둑한 종자돈이 국내 전문기업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 OEM은 대부분 이 같은 방식에 의해 이뤄진다. 문제는 황금어장인 중국을 포기해야 하고, 브랜드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 매출만 올라간다는 점이다.
정보가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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