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통신협상 "양보는 없다"

 한국과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본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서비스 개방의 핵심분야 가운데 하나가 될 통신시장 대응을 위해 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들이 물밑 행보에 나섰다.

FTA 협상에서 통신시장은 그동안 교육·의료·법률·영화 등 다른 서비스 분야와 달리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통신사업자들조차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5일 미국에서 본 협상이 시작되면서 정통부와 사업자들은 국내 시장의 특성상 미국 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할 수 없다는 데 공감하고 의견 수렴 및 전담반 회의 등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업계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최근 정통부와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한-미 FTA 협상에서 논의될 서비스 분야 가운데 하나인 통신시장 개방 문제를 협의하고 △기술표준 선택권 △외국인 지분제한 규정 △지배적 사업자 의무 △국경 간 거래 등 4가지 현안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정통부는 본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사업자들과 전담반 등을 통한 지속적인 의견수렴 창구를 마련해, 협상 논의 방향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통부는 최근 유영환 차관 주재로 통신사업자들과 FTA 대응을 위한 회의를 갖기도 했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협상 상황에 따라 통신분야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 필요성도 있다”면서 “상품 분야의 농업이나 서비스 분야의 영화에 비해서는 그 중요성에 비해 여론의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통신사업자들이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데는 교육·의료·법률·영화 등 타 서비스 시장 개방과 달리 정부와 같은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통신시장 4가지 현안 가운데 어느 것 하나라도 양보할 기미가 보이면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사업자들로서도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 년전 미국과 통상마찰 조짐까지 보였던 기술표준 선택권의 경우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 ‘위피’의 의무 채택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진통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3개 이동통신사업자 모두 ‘위피’로 통일한 상황에서 또 다시 미국이 문제점으로 들고 나올 경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국인 지분제한(49%) 규정도 사업자마다 약간의 이견은 있지만, 지난 2003년 SK그룹의 소버린 사태가 재연되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한다. KT 관계자는 “얼마전만해도 사업자들이 한-미간 FTA협상에 무관심한 것처럼 비쳤을지 몰라도 본협상이 전개되면 본격 대응이 나올 것”이라며 “당장 KT의 경우 해저케이블 접속이나 국제전화 시장 개방 등 앞으로 닥칠 현안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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