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비전의 네트워크 기반 DVR 보급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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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시장을 죽이는 DVR의 확산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할리우드와 TV방송사들이 네트워크 기반의 DVR(NDVR)보급을 차단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주 ABC와 NBC, CBS, 유니버설, 패러마운트 등 7개 미디어사는 뉴욕주 케이블사업자인 케이블비전이 추진하는 NDVR 보급계획이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법원에 제소했다. 이틀 뒤 타임워너 계열의 CNN과 카툰네트워크도 케이블비전을 겨냥한 법정소송에 동참했다.

이처럼 미국의 미디어 업계가 공동으로 법정투쟁에 나선 배경은 기존 DVR보다 훨씬 저렴하고 사용하기 쉬운 NDVR이 보급될 경우 핵심재원인 광고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DVR은 광고의 적=요즘 미국 시청자층에서는 DVR의 ‘건너뛰기’ 기능을 이용해 TV광고를 보지 않는 습관이 확산되고 있다. 당연히 TV방송사는 최대 수익원인 광고 수입이 줄기 때문에 난리가 났다. 미국 가정의 DVR 보급률은 이미 10%를 넘어섰고 TV광고의 노출도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뉴욕주 300만 고객을 가진 케이블비전은 원격지의 서버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녹화, 재생할 수 있는 NDVR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티보와 같은 기존 DVR은 셋톱박스의 HDD에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반면 NDVR은 케이블 회사의 서버에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점이 다르다. 자체 HDD가 없는 NDVR은 고객에게 공짜로 제공할 정도로 생산가격이 저렴해 케이블 TV시장에서 폭발적 인기가 예상된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 등 여타 케이블회사도 케이블비전의 추이를 바라보면서 연내 서비스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스탠포드 번스타인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NDVR 기능이 이상적이라고는 하지만 광고 시장에 대한 위협은 막대하다”고 말했다.

 방송업계로서는 실로 악몽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연 2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TV광고시장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라고 입을 모은다. 케이블업계가 NDVR의 건너뛰기 기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영화, 방송사와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업계 주변에서는 법정공방이 수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시 베르노프 애널리스트는 “케이블비전이 소송에서 이길 경우 NDVR은 순식간에 3000만 케이블 가입자에게 확산될 것”이라면서 “미디어 업계는 급속한 DVR 보급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