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 4사가 멀티모드서비스(MMS) 시험방송에 나섬에 따라 ‘지상파방송-무료 고선명(HD)채널’ ‘케이블TV·위성방송-유료 다채널’이라는 정부의 디지털방송 정책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
특히 난시청 지역 해소 책임이 있는 KBS가 뒷짐을 지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케이블TV사업자들이 인프라 투자를 통해 국민의 시청권 보장을 해결한 상황이어서 방송정책이 지상파 위주로 편향돼 진행된다는 지적이 거세질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BS 등 지상파 4사는 방송위원회의 정책 결정에 따라 5일부터 한 달간 기존 디지털TV 채널(6㎒)에서 HD채널 1개, 표준화질(SD)채널 1개 등 라디오·데이터방송을 포함해 3∼6개 채널씩을 방송하는 MMS 시험 서비스에 나선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여러 채널을 갖는 ‘지상파 다채널’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시험방송은 그동안 방송위원회가 견지해 온 HD방송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지상파방송사는 ‘해상도 1080i에 전송용량 17M∼19Mbps’로 HD방송을 내보냈다. 정통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HD채널 목표용량은 19.39Mbps”라고 설명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이번 시험방송에선 추가 SD채널 용량 확보를 위해 ‘해상도 720p에 전송용량 13Mbps’를 채택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풀HD’로 진행되던 상황이 반전된 셈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화소수 차이가 커 움직임이 많은 축구 경기에선 화면 뭉개짐 등 화질 열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위 관계자는 “열화에 따른 차이는 없다”고 반박했다. 디지털TV를 판매하는 가전업체 측은 ‘화질 차이가 없을 순 없다’며 ‘그보다는 오히려 국내에는 1080i급 풀HD 디지털TV 보급이 많지 않아서 괜찮을 것’이란 견해다. 결국 MMS 시험방송 허용은 풀HD라는 기존 방송정책의 역행인 셈이다.
또 그간 아날로그 시대에 난시청 해소라는 책임을 사실상 케이블TV에 전가해 온 지상파방송사가 디지털TV 주도권 장악을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가 지난 한 해 동안 쓴 난시청 해소 비용은 21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케이블TV가 공동주택내 시청 환경을 위해 최근 3년간 분리배선에 쓴 비용은 3000억원(530만가구, 가구당 5만7000원 비용)에 이른다.
방송위 관계자는 “시험방송을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면서도 “시험방송에서 얻은 결과, 즉 시청자 반응 등을 살펴 연구용역을 맡기는 등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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