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청 해소 주역 유료방송계 `위기`

 5일 지상파방송 4사가 시작하는 다채널방송 멀티모드서비스(MMS)는 기존 방송정책의 골격 자체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아 논란이 예상된다.

 논란은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MMS 자체가 ‘지상파는 무료 고선명(HD)방송,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유료 다채널방송’이라는 기존 디지털방송 정책에 정면 배치된다는 우려다. 두번째는 디지털TV 난시청을 둘러싸고 ‘지상파의 원죄론’에 바탕한 난시청 중복투자 문제다.

 ◇MMS는 다채널인가?=MMS는 이른바 ‘디지털TV 다채널’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상파 디지털TV 정책은 다채널이 아닌 HD에 기초하고 있다.

 지상파 4사는 디지털TV 5개 채널(KBS 2개)이 6㎒씩 사용해 HD 한 채널씩을 송출해왔다. MMS는 지상파방송사가 부여받은 6㎒ 대역에서 HD 외에 SD 및 라디오 등 3∼5개 채널을 추가할 수 있다.

 KBS 관계자는 “다채널 방송은 케이블TV처럼 수십개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MMS가 시험방송을 거쳐 당연히 본방송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HD 논란=KBS 관계자는 “HD는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건데 시청자가 화질 저하(열화)를 느끼지 못하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즉, 지금까지 지상파가 보낸 HD 수준인 해상도 1080i, 전송용량 17Mbps를 각각 720p, 13Mbps로 낮춰도 문제 없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HD에 대한 정의는 내리기 어려우며 목표 용량을 19Mbps로 할 뿐 하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업계에서는 ‘화소 수가 줄어드는데 화질 열화가 없냐’고 반문한다. 특히 ‘HD 화질을 낮추더라도 다채널을 검토한다’는 건 기존 정책의 변경이라는 지적이다.

 ◇유료방송 시장 붕괴론=케이블TV 사업자는 MMS에 반대하는 처지다. 그동안 ‘무료 HD’ 지상파 방송과 유료 다채널방송의 근간 위에 보완관계로 시장을 형성했지만 MMS 도입 시 유료방송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예컨대 KBS·MBC·SBS 등 HD 채널은 5개인데 이를 10∼20개 채널로 늘리면 다채널 유료 시장이 타격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시장까지 무너뜨리는 촉매제라고 주장한다.

 ◇난시청 중복투자=사실 국내 난시청을 해소한 주체는 지상파라기보다는 케이블TV다.

 케이블TV는 지난 2002년 이후 망 고도화 투자에 나서며 이른바 공동주택 분리 배선에만 3000억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공동주택 공시청 시설 보수 등에도 3년간 1000억원이 소요된 것으로 추정한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난시청 가구는 75만에 그쳐 사실상 해결된 상태다.

 지상파방송은 지난 10여년간 난시청 문제를 외면해왔다. 한 예로 수신료 수입으로 운영되는 KBS는 지난해 인건비 및 복리후생비로 4758억원을, 난시청 해소에는 21억원을 사용했다. 지상파는 난시청 해소에 투자를 게을리한 원죄를 안고 있다.

 현재 지상파의 디지털TV도 대다수 시청자는 케이블TV의 바이패스(지상파 디지털TV 신호를 케이블망으로 전달하는 것)로 보는 게 현실이다. 지상파방송사는 MMS 도입과 함께 디지털TV 난시청 해소를 위해 별도의 지상파방송을 위한 중계기 설치와 공동주택 공시청 시설 개선을 주장한다. 물론 지상파가 모든 비용을 떠안지 않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

 케이블TV 사업자 측은 “(케이블TV를 통한다면) 90% 이상에서 지상파DTV 난시청 문제가 해소된 상태”라며 “지상파에 정부 예산으로 투자하라는 것은 중복”이라고 주장했다.

 KBS 측은 “케이블TV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망을 깔았을 뿐 이를 난시청 해소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난시청은 법적으로 KBS가 해소하도록 규정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MS 논란은 방송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만큼 좀더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며 “방송위가 시험방송을 결정하기 전에 방송 업계 의견 수렴을 충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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