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부진 여파-블록버스터 MMORPG 개발 급제동 예고

당초 기대치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빅3는 해당 개발 및 서비스사는 물론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등 산업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개발자 브랜드와 서비스사의 네임밸류, 게임 완성도와 퀄리티 등을 종합할 때 이 정도의 초대작 게임이 시장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빅3의 부진으로 블록버스터 대작, 특히 초대형 MMORPG 개발 경쟁이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MMORPG는 통상적으로 2∼3년의 제작기간과 100억원대의 대자본이 투입된다. 손익분기점이 캐주얼게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투자 리스크가 클 수 밖에 없다. 한 중견 업체 사장은 “아무리 현금 보유량이 풍부한 메이저급이라 해도 100억원대 블록버스터 게임 2∼3개만 흥행에 실패해도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빅3 흥행 실패로 앞으로 업계의 대형 MMORPG 개발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같다”고 분석했다.

빅3의 부진이 다소 성급한 오픈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발기간이 더욱 늘어나고 결국 프로젝트 규모가 더욱 커 질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임진욱연구원은 “빅3의 부진은 ‘WOW’ 이후 높아진 눈높이에 비해 게임성이나 콘텐츠의 질과 규모가 다소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MMORPG가 성공하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를 거쳐야하는 탓에 개발 기간과 개발비가 크게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황승택연구원도 “국내 온라인게임 유저들도 이제 수 없이 많은 다양한 국내외 게임들을 섭렵하며, 상당한 수준의 완성도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시장에 빨리 내놓기 위해 개발기간을 짧게 가져갈 경우 상대적으로 부족한 점들이 많이 노출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캐주얼 바람이 더욱 거세지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빅3가 증명했듯, MMORPG 시장 진입 장벽이 크게 높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고 투자 부담이 적은 캐주얼 장르 쪽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의미. 이밖에 ‘리니지’ ‘뮤’ ‘로한’으로 이어지는 기존 대박 작품들이 단순 노가다식 시스템과 아이템 현금거래라는 공통 분모가 있는 만큼 개발사들의 방향이 다시 ‘리니지류’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체 개발에 리소스를 모아왔던 메이저업체들이 점차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 게임에 대한 퍼블리싱 쪽으로 다시 눈을 돌릴 것이란 견해도 있다. 전문가들은 “빅3는 대한민국 온라인게임 시장의 새로운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이들 게임의 부진은 게임시장의 전체 트렌드 변화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지만, 이같은 시도가 실패로 끝난다면 결국 산업엔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썬’ 등 2006년 최고 기대작 빅3가 고전하고 있지만, 사실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MMORPG 대작들이 흥행에 실패한 사례는 적지않다. 대표적인 것이 NHN의 ‘아크로드’와 CCR의 ‘RF온라인’이다. NHN이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아크로드’는 방대한 스케일의 세계관과 만만찮은 그래픽 퀄리티를 내세워 작년초 오픈했지만, 유저들의 외면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결국 평생 무료화(부분유료)를 선언하는 아픔을 겪고 무대 뒷전으로 밀려나야했다.

CCR이 2004년 발표한 ‘RF온라인’ 역시 비운의 게임. 막대한 개발비와 5년에 가까운 개발기간을 거쳐 출시돼 오픈 직후 동접 10만명을 바라보며 대박이 예고됐지만, 단순한 노가다 중심의 플레이와 미국산 블록버스터 ‘WOW’의 등장으로 유저들이 반기를 들면서 인기가 급격히 하락, 지금은 평범한 게임으로 전락했다.

엔씨소프트의 ‘길드워’ 역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으로 꼽힌다. 엔씨 미국 자회사인 아레나넷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해외 시장에선 밀리언 셀러로 기록되는 등 대박을 터트렸지만, 정작 오픈전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던 국내에선 RPG와 대전액션의 결합이란 장르의 모호함 탓에 유저들에게 어필하는데 실패, 온라인 게임명가 엔씨소프트에 적지않은 상처를 남겼다.

나코(지금의 티엔터테인먼트)가 ‘라그하임’ 후속작으로 내놓은 블록버스터 MMORPG ‘라스트카오스’도 오픈 직후 서버가 다운될 정도의 폭발적 인기를 모았으나 이후 유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결국 부분 유료화를 선언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다. 이 밖에도 네오위즈의 야심작이었던 ‘요구르팅’을 비롯해 손오공의 ‘용천기’, 한빛소프트의 ‘탄트라’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의 ‘러시’ 등 수 많은 블록버스터 MMORPG들이 대박의 꿈만을 간직한 채 점차 시장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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