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이네이처톱 감독 이대니얼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스카이 프로리그 2006’이 시작된 지 한달 여, 예상치 못했던 결과들이 속출하며 스타크래프트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전기리그 꼴찌의 아픔을 겪고 후기리그 자취를 감췄던 이네이처톱의 선전은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던 관계자들의 예상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하지만 꼴찌들의 사령탑인 이대니얼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일 뿐”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서 창단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2006년 창단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대니얼 감독이 e스포츠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한국 e스포츠 태동기인1999년의 일이다.

# 기욤 만나 e스포츠와 인연

“고국이 너무 그리워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 감독은 사무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98년 홀홀단신 태평양을 건너왔다. 타향 살이를 하면서도 언제나 ‘대한민국’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는 이 감독은 미국에서도 한국문화를 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태권도는 강사생활을 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선지 태권도가 적성에 맞았나 봐요. 스턴트맨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할 생각도 했었어요.(웃음)”

이렇듯 꿈에 그리던 고국으로 돌아온 이 감독은 서울에서 6개월여를 머물며 영어강사 생활을 했다. 그가 평생의 업이된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것도 이 시기였다. “강의가 끝나면 무조건 PC방으로 달려 갔어요. 아르바이트생에게 간식거리를 제공하며 스타크래프를 배웠죠.”

이렇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이 감독을 e스포츠 분야로 안내한 것은 당시 배틀넷상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던 기욤이었다. 배틀넷 채팅을 통해 만난 두사람은 영어문화권에서 생활했던 공감대로 인해 급속도로 친해졌고 매니저와 선수로서 서로를 돕게 됐다. 이를 계기로 이 감독은 베르트랑, 조정현 등의 매니저를 맡아 보게 됐고 당시 기욤의 스폰서인 AMD에 팀을 만들어 운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때부터 그는 ‘e스포츠 감독’이라는 명함을 갖게 됐다.

# 사랑을 위해 포기한 미 영주권

감독직을 맡게된 이후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은 그가 미국 영주권자라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 활동을 하려면 미국 영주권이라는 것이 많은 제약을 주기 때문이다. “2003년 영주권을 포기했어요. 이젠 완전한 한국인이죠.”

이 감독은 주민등록증을 자랑스럽게 꺼내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결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주권 포기각서를 제출하기 위해 찾아간 미대사관 앞에서 줄담배를 두 갑정도 태운 것 같아요. 미국에 대한 미련은 없었지만 마지막 한걸음을 떼기는 쉽지 않았죠.”

그가 이런 고민에 종지부를 찍고 미대사관으로 걸음을 옮긴 것은 그의 반쪽 때문이었다. 이 감독의 부인은 모방송국 공채 출신으로 그가 낮선 한국땅에서 영어강사 생활을 하면서 만나 8년 동안 사랑을 키워왔다. 이 감독이 한국에서의 영어강사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것도 지금의 부인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열렬했던 사랑은 지난해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저는 그녀를 위해 미국행을 포기했고 그녀는 저를 위해 스타의 길을 접었죠.(웃음)”

# 프로리그에 올∼인!

“8월 태어날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이 감독은 조만간 태어날 아이을 위해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라며 팀원들은 물론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나 자신을 위해서도 올해는 팀 창단을 위해 프로리그에 올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든 감독의 목표가 우승일테지만 그는 냉정하게 따져 중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네이처톱은 용산으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연습실과 숙소를 분리, 기상시간을 앞당기는 등 시스템상의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시즌 초 이네이처톱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결과물이다.

이 감독은 윌리엄 제이스의 ‘행동의 씨앗을 뿌리면 습관의 열매가 열리고, 습관을 씨앗을 뿌리면 성격의 열매가 열리고, 성격의 씨앗을 뿌리면 운명의 열매가 열린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두고 있다고 한다. 이번 시즌이 대니얼 감독에게는 최고의 난관이자 최상의 기회라는 생각때문이다. “이제는 말보다는 행동을 보여줄 때인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이네이처톱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해 주세요.”

<김명근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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