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으로 떠나는 여행]#25

수많은 세상에는 수많은 나(이를 테면 왕자인 나, 괴도인 나, 거지인 나…)가 있으며, 그들은 모두 나와는 다른 존재들이다. 상상 과학(SF) 세계에서 흔히 등장하는 평행 세계는 우리네 인간이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단순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초월한 존재, 바로 초인(超人)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초인(超人). 그것은 우리들 인간이 도저히 할 수 없는, 혹은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이들을 말한다. 만화, 영화에서, 그리고 게임에서 우리들은 수많은 초인들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이 세상 모든 작품의 모든 인물이 초인이 될 테니 여기서는 그 조건을 조~금 아주 조금만 줄여서 이야기해 보자. 진정한 의미에서 ‘초인(Super Hero, 수퍼 영웅)’이라 부를 만한 사람으로 말이다.수퍼 영웅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구일까. 람보? 조로? 아니면 해리포터?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초인의 원조이자 가장 절대적인 초인이라면 바로 이 사람일 것이다.

‘새인가? 비행기인가? 아니 수퍼맨이다!’라는 말과 함께 1938년 탄생한 이 영웅은, 그야말로 초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은 모두 가진 절대적인 영웅이다.

Super를 나타내는 S자를 가슴에 새기고 새보다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빌딩도 들어 올리는 괴력의 소유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심지어 시간마저도 거꾸로 돌리는 능력자.

지구에서 자라나 클라크라는 이름의 평범한 지구인으로 살아가는 그지만, 사실 그는(지금은 사라져 버린)크립톤 행성 출신의 외계인이다.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태어난 그이기에 그는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것.

수퍼맨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SF에 등장하는 외계인들은 우리와는 다른 특별한 초능력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레데터’는 적외선 시야를 갖고 있으며, ‘천지무용’의 료오코는 벽을 뚫고 다니는 데다 요괴를 불러내기도 한다.

그 뿐 아니다. ‘드래곤볼 Z’에 등장하는 ‘샤이아인’들은 지구보다 중력이 10배 강한 베지타 행성에서 태어나 아기 때부터 어지간한 괴물보다 세다. 게다가 다치면 다칠수록 더욱 강해지는 이들이 수퍼 샤이아인으로 변신하면 별 한 두 개 쯤 간단히 부셔 버린다.하지만, 이런 능력은 역시 ‘외계인’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것. 크립톤 행성은 고사하고 달나라에서 태어나지도 못한 우리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초인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첫번째는 타고 나야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실력을 보고 절망했듯 역시 그 누가 뭐래도 타고난 능력자, 특히 초능력자를 넘어설 수는 없다.

세 마리 하인들을 데리고 다니는 소년(‘바벨2세’)부터, 수 천 년을 살고 있는 불사의 소년(로크), 여기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이나 ‘엑스맨’들 역시 태어나면서부터 초능력을 갖고 있었다. 심지어 ‘드래곤 퀘스트’의 용자마저도 ‘로토의 후손’이니 ‘혈통서 첨부’라는 조건없인 어려운 것일까? (여기서 한 가지 정정 한다. 바벨 2세도, 그리고 그의 숙적 요미도 결국 외계인의 후손. 그러고 보면, 로크를 비롯한 다른 초능력자들도 오랜 옛날 아틀란티스나 무 대륙을 세운 외계인의 후손일지도(^^)….

두번째는 죽었다 깨어나야 한다. 방사능에 쬔 거미에 물리건(‘스파이더맨’), 혹은 죽었다가 고양이의 도움으로 되살아나건(‘캣우먼’), 초인이 되고 싶다면 뭔가 남들은 절대로 체험할 수 없는 놀라운 행운을 얻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돌연변이(뮤턴트)인지 아니면 고양이의 속임수라던가, 어쩌면 ‘알고보니 뇌암에 걸린 것’이라는 슬픈 결말이 될 수도 있지만, 초인으로서 뭔가를 해내기 위해선 그렇듯 한 변화가 요구되는 것이다.

세번째는 악의 조직(외계인이라도 좋음)에 납치되야 한다. 어느 날 깨어보니 갑자기 거대한 로봇이 공격을 해 오고 점프를 했더니 20m쯤 간단히 뛰어 오르는 데다 벽을 부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분명 누군가에게 납치돼 개조된 것이리라. 그 다음 순서는 간단, 그 누군가는 분명 “너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정의의 마음으로 가득 찬 당신은 분명 그걸 거절하고 싸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악의 조직이건, 아니면 단순히 지나가던 미친 과학자건 남의 몸을 맘대로 개조하는 사람 말을 믿는 건 바보나 할 일이니까.네번째는 무조건 잘 나야한다. 초능력을 타고나지도 못했고, 돌연변이가 될 기회도 얻지 못하고, 악의 조직이 납치 하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나, 자기 자신에게 의존 하는 것 뿐. 바로, 돈과 머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소돔과 고모라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고담시의 영웅 ‘배트맨’은 바로, 돈과 머리를 이용해 활약하는 놀라운 초인이다.

그에게는 어떤 초능력도 존재하지 않는다. 방사능에 쬔 박쥐에 물린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개조된 것도 아니다. 단지 남들보다 조금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남들보다 조금 돈이 많을 뿐. 그래서, 악당이 “돈을 안 주면 죽여 버리겠어”라고 떠들면 가볍게 돈뭉치를 던져줄 수 있다. 그런 그에게 초인 생활은 어떤 점에서 도락(취미)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무조건 노력해야 한다. 외계인도 아니고 초능력자도 아니고, 뭔가 변화를 겪지도 못하고 돈도 없고, 머리도 부족한 당신. 하지만, 초인이 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왜냐고? ‘스트리트파이터’의 류나 켄, ‘버추어 파이터’의 아키라 같은 이들 역시 ‘초인’이라 불릴 만 하니 말이다(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소림 축구’의 주성치도 초인은 초인이다).

초인이라긴 부족하다고? 그럼 ‘고우키’는 어떨까?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뜬 그는 산도 부수도 강도 끊어 버린다. 물론, 초능력자인 ‘베가’따윈 가볍게 처리할 정도다. 그 정도면 충분히 ‘초인’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그 밖에도 심안에 눈을 뜬다거나, 현상에 당첨되거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등 초인이 되는 길은 무수히 존재한다. 물론 그 확률은 로또 복권을 100번쯤 당첨되는 것보다 적지만 말이다. 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상상 과학의 세계에서 로또 복권 100번이 아니라 100만 번도 불가능하지 않다. 혹시 아는가? 내일이라도 당장 여러분 앞에 변신 벨트를 든 미소녀가 나타날지 모른다(물론, 그게 정말 행운인지 아닌지는 생각해 봐야 겠지만 말이다).SF 칼럼리스트. 게임아카데미에서 SF 소재론을 강의 중이며, 띵 소프트에서 스토리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스페이스 판타지(http:www.joysf.com)란 팬 페이지로 유명하다.

‘시티 오브 히어로즈’ 그야말로 초인들의 퍼레이드를 맛볼 수 있다.

이들 역시 초인이라고 불러야 할까?

진정하고 절대적인 수퍼 영웅. 그는 올 여름 돌아온다.

아름다운 지구. 오직 수퍼맨 만이 지구 전체를 지킬 수 있다.

수퍼맨의 청년 시절을 무대로 한 외전 스몰빌. TV에서 방송중이다.

전사 종족 프레데터. 그 역시 초능력을 갖고 있다.

‘천지무용’의 료오코. 괴팍한 성격에 장난꾼이긴 해도 의외로 귀여운(?) 면도 있다.

수퍼 샤이아인들. 연출로 보면 수퍼맨보다 셀까?

영원한 생명을 지난 초능력 소년(?). 초인 로크. 그의 이야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제다이도 재능이 없으면 안 된다던가?

‘인크레더블스’ 초인의 아이들은 전부 초인.

유전은 아니라지만, 그들 역시 ‘엑스인자’를 갖고 타고난 초인들이다.

‘바벨 2세’ 초능력자라면 그를 빼놓을 수 없다.

초능력을 쓰고 싶은가? 그럼 혈통을 타고 나야 한다.

‘자이언트 로보’의 공손승처럼 도술을 배워 초인이 되는 방법도 있다.

조금 다르지만, 그녀들 역시 타고난 초인(?)들 아닌가?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아들 잭잭 역시 초인이다.

방사능에 쬔 거미에 물린다고 이렇게 되는 건 이상하지만, 여하튼 멋진 초인이다.

신의 계시인가 했더니. 뇌암이었다는 슬픈 결말의 ‘페노메논’.

‘사이보그 009’ 난데없이 악의 조직(블랙고스트)에 납치된 그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

세상은 난데없이 개조된 초인들로 넘쳐난다.

머리 좋은 초인들은 항상 악당인 경우가 많다. ‘인크레더블’의 신드롬

돈이 많다면 이런 일도 할 수 있다.

살의의 파동에 눈을 뜨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아르바이트 한번 안 할래요?” 운만 좋으면 내일이라도 당신은 초인? ‘정들면 고향의 코스모스장’.

<전홍식 pyodogi@sfw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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