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게임단 환골탈태 "변해야 산다"

“e스포츠도 이제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무한 경쟁 시대이다. 과거와 같은 체제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e스포츠판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에서 오프라인 스포츠에 유사한 팀 운영 시스템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프로리그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팀이 강팀을 제압하고 새롭게 창단한 팀들 사이에서도 명암이 엇갈리는 등 한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각 팀들이 팀체제의 변화를 통해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 체계적인 시스템 도입 붐

구단들이 프로리그에 치중하면서 각 팀 감독과 프런트는 올 들어 팀운영에 많은 변화를 주고있다. 특히 KTF 매직엔스와 팬택 이엑스, MBC 히어로 등은 전면적인 변화를 선언하고 나서 주목된다.

프로팀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군 제도의 도입이다. 현재 2군 시스템을 도입한 팀은 팬택이엑스뿐이다. 하지만 KTF 매직엔스와 새롭게 팀을 창단한 MBC 히어로가 2군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선언, 앞으로 전 구단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감독을 교체하며 팀전면 개편을 선언한 KTF 매직엔스는 선수들의 성적을 토대로 1·2군으로 나누어 팀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팀 프런트의 장기욱 과장은 “철저한 실적주의를 도입해 선수들에게 팀 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전반적인 실력 향상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새롭게 창단한 MBC게임 히어로도 1~3군제를 도입해 각 군마다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 코치진의 영입도 최근 주목할만한 변화중 하나다. MBC게임 히어로의 경우 코치 분담제를 통해 체계적인 선수 지원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며, 팬택 이엑스도 체계적인 전략 전술이 개발될수 있도록 코칭스태프를 대폭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1, 2군 자체 평가전의 활성화도 이러한 변화 중 하나로 분류할 수 있다. 자체 평가전은 기존 어느 팀이나 실행하고 있는 시스템이지만, 1·2군이 존재하는 팀에서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철저한 실적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KTF 매직엔스는 매주 2회의 자체 평가전을 실시, 실전에서의 성적과 합산해 1·2군을 나눌 계획이다. 팬택 이엑스도 팀내 자체 랭킹전을 실시, 성적 우수 선수에게는 훈련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게임단의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 경기 외적인 전력 향상을 꾀하는 팀들도 있다. 삼성전자 칸은 팀 정신력 강화를 위해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SKT텔레콤 선수들도 헬스 등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고 있다.

팬택 이엑스는 반복되는 훈련과 일과에서 오는 정신적 해이와 체력 저하를 최대한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헬스,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할 방침이다.

숙소와 연습실의 분리한 팀들도 있다. KTF 매직엔스와 이네이처톱은 2006년 들어 숙소와 연습실을 분리해 선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팬택 이엑스와 MBC게임 히어로도 숙식과 훈련의 분리 운영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팀 내 건전한 경쟁 유도가 목적

프로게임구단이 경쟁적으로 이같은 팀 체질 개선을 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팀내 경쟁 의식 강화를 통한 전 선수들의 업그레이드에 있다.

체제 변환을 계획하고 있는 팀의 한 코칭스태프는 “이러한 변화가 건전한 경쟁 의식을 불러일으켜 팀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기존의 느슨했던 선수관리로는 무한 경쟁에 들어간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변화가 경기 내용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기존의 무질서한 연습 방식이 아닌 체계적인 훈련 방식 도입과 팀 내 경쟁 구도를 만들어줌으로써 선수들에게 좋은 약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변화가 잇따른 기업팀의 창단으로 프로 게임단들이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각 팀의 생존 방식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생리에 따라 무한 경쟁에 돌입, 진정한 프로팀으로 재 탄생하고 있다”며 “프로팀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도 비용대비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이 바로 좋은 성적이다”고 지적했다.

# 다른 스포츠 벤치마킹 필요

프로게임단의 이같은 변화는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전문 코치진 영입과 숙소와 연습실의 분리,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 등이 e스포츠가 정식 스포츠로 나가는 일련의 변화이며, 이것이 결국 최근 한계에 봉착한 e스포츠의 재도약에 적지않이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2군제 도입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소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먼저 현재 시행 중이거나 앞으로 시행할 2군제는 현재 대부분의 팀들이 고수하고 있는 연습생제도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다른 스포츠와 같은 정식 2군제도가 도입되려면 리그활성화와 선수층의 확대, 이 두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리그가 없는 상황에서 1·2군의 분류는 무의미한 것이며 현재의 선수층으로는 2군 선수들을 확보하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의 프로리그 라인업이 5∼6명임을 감안할때 1군 엔트리 숫자는 적어도 12명 이상 돼야 한다. 그렇다면 2군을 보유하려면 각 팀당 24명 정도의 선수를 보유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만큼의 선수층이 구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2군리그를 후원할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 한 관계자는 “아직 정식 2군제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그러한 재원이 있다면 차라리 종목 다변화를 위해 다른 종목의 선수를 키우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식 2군제도는 요원하지만 궁극적인 e스포츠 발전을 위해서는 실행돼야 할 시스템”이라며 “이를 위해 2군리그의 브릿지 역할을 할 루키리그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명근기자@전자신문 diony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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