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암울한 소식과 정보통신부에서 기존 ‘IT839 전략’을 수정해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는 희망 어린 소식을 접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우리나라는 중소 벤처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기에는 척박한 땅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SW 기반 기업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SW 중심의 벤처기업은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마케팅 등이 열세일 수밖에 없다. 오직 믿고 기댈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가진 기술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변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고도 기술 개발에 실패해 사라져가는 기업이 많고, 기술 개발에 몇 년간 투자해 시제품을 완성했는데도 개발자들이 타 회사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회사 문을 닫게 된 사연도 많이 접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속담과 같이 중소업체에서 가장 믿었던 개발 및 개발인력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업체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된다.
하지만 중소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기술력과 기술력을 가진 개발자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투자를 하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개발자에게 투자한다는 것은 단지 급여를 올려 주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벤처의 핵심 자원인 기술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업무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일례로 개발자에게 LCD 모니터를 2개 지급한다면 좁은 책상에 작은 구형 모니터를 놓고 사용하는 개발환경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능력을 높일 수 있다.
한쪽 화면에서 개발 관련 업무를 보고, 다른 한쪽 화면으론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 능률이 훨씬 향상될 것이다. 또 연구 개발진이 있는 사무실에는 직통전화를 두지 않음으로써 전화벨 소리로 인해 개발자들의 작업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발자 인건비, 사무실 임차 등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절대적으로 적은 투자지만 개발자의 작업환경을 최적화해 주는 것만큼 개발 능률과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데 좋은 방법은 없다.
개발자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나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은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가’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인생의 의미를 묻는 것과 같은 시기상조의 질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회사의 비전이 없습니다’ ‘비전 없는 회사가 저의 꿈입니다’라고 다소 엉뚱한 대답을 한다.
비전이란 회사가 탄생하고 성장하면서 그 구성원들의 꿈과 비전이 구체화되고 완성돼 가는 진행형이라고 본다. 경영자 의지만을 회사의 비전으로 설정하면 모든 구성원은 그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십상이고, 그렇게 된다면 회사에 남을 인재는 없다.
벤처기업이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 헤쳐나가야 할 난제가 많이 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서 가장 큰 경쟁력이 무엇인지 질의해 보고,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국산 SW 활성화를 위한 GS 인증제품 우선구매제도를 펼치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현상이다. 기존에도 국산 우수기술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들이 있었지만, 정부의 추진 의지 부족으로 사문화된 것이 많아서 실제 일선 구매 담당자들에게까지 확산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GS 인증제도는 지속적인 홍보와 제도 개선을 통해 정부의 의지를 확인해 줌으로써 국내 SW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내부의 기술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되고, 국내 시장도 활성화돼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인 SW업체로 부상하는 우리 벤처기업이 많이 생겨나길 희망한다.
이동범 지니네트웍스 대표 dblee@geninetwor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