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본능` 이젠 레이싱 전성시대

온라인게임 시장에 대대적인 지각변동 조짐이 일고 있다. ‘스페셜포스’를 필두로 한 FPS게임들이 ‘리니지’가 주도했던 MMORPG의 아성을 무너뜨린 지 1년여 만에 또다시 강력한 도전자를 만나게 된 것이다.

 FPS 천하를 위협하는 도전자는 바로 인간의 원초적인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레이싱게임들. 레이싱게임은 그동안 마니아만 즐기는 장르로 인식됐으나 최근들어 재미있는 액션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무장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이 속속 등장하면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레이싱게임을 개발하거나 서비스하려는 업체는 NHN과 네오위즈, 소닉앤트 등으로 기존 레이싱게임을 모두 포함할 경우 10여개작에 달한다.

 현재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곳은 단연 네오위즈다. ‘XL1’ 이외에도, 정통 레이

싱에 RPG요소를 결합한 ‘레이씨티’ 뮤직레이싱이라는 독특한 설정에 ‘알투비트’ 까지 ‘스페셜 포스’의 차기작으로 레이싱 장르를 선택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만큼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네오위즈 김강석 게임전략팀장은 “‘스페셜포스’가 마니아 게임으로 치부되던 FPS 장르에 대중화를 한 작품이라면, ‘XL1’ 역시 레이싱게임의 대중화를 열 작품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며 “현재 레이싱게임의 성공을 이끌 다양한 기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단연 e스포츠로서의 부각”이라며 “기존 ‘스타크래프트’에 치중됐던 e스포츠 판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장르로 레이싱을 꼽고 있다”고 밝혔다.

# 레이싱 게임의 융단폭격 시작됐다

현재 레이싱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NHN을 비롯해 소닉앤트의 차기작까지 현재 레이싱게임을 표방한 작품은 10여개작이 넘는다. 이는 레이싱게임들의 융단폭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볼수 있다. 이들 게임은 정통 레이싱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캐주얼 요소를 결합해 초기 레이싱게임이 보여주었던 접근의 어려움을 낮춘 작품이 대부분이다.

엔채널의 ‘아크로 엑스트림’은 정통레이싱에 FPS 요소를 첨가 기존 레이싱 게임이 가졌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있다. 이규한 앤채널 마케팅 팀장은 “분명 레이싱 게임이 마니아 장르인것은 맞다”며 “ 하지만 과거 등장했던 여러 레이싱 게임들이 장르의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생각한다”거 말했다.

그는 레이싱 모드는 그대로 존속시키고,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모드를 추가함으로서 정통레이싱을 추구하는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모두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유저의 접근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NHN 역시 자체 개발 중인 레이싱 게임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 공개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 하반기 중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통레이싱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달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RPG의 요소를 가미 색다른 재미를 유저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스트림 사커’를 개발한 소닉앤트 역시 차기작으로 레이싱 게임을 준비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개발중인 레이싱 게임은 익스트림 스포츠라는 개발 컨셉트에 맞춰 기획되고 있으며, 올해 공개를 목표로 개발중인것으로 알려졌다. 소닉앤트 측은 “레이싱이 매력적인 장르임에는 분명하다”며 “하지만 마니아게임이라는 편견을 얼마나 해소시키느냐가 중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혼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존 서비스되던 ‘컴온베이비’와 ‘테일즈런너’ 베타 테스트 중인 ‘X&B’를 합친다면 레이싱 게임은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 국민게임으로 붐업 가능

 업계 관계자들은 “레이싱 게임이 다시 유저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정통레이싱의 경우 장르가 가지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몇년전 불었던 레이싱 게임 바람처럼 자칫 미풍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선보였던 정통 레이싱게임의 경우 승패가 초반에 극명하게 갈리고 엄청난 폴리곤의 부담으로 인해 콘솔게임에서 주던 스피드감과 그래픽을 따라잡지 못했다. 이때문에 유저들은 레이싱게임에 실망하며 하나둘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레이싱에 대한 접근성을 좀 더 낮추고 국내게임시장 성장곡선을 살펴보면 성공가능성은 오히려 높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과거 ‘리니지’와 ‘뮤’를 필두로 한 MMORPG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가 점차 그 인기가 줄자 다시 ‘WOW’로 인해 시장이 붐업이 되고, 다시 줄어든 시장이 ‘로한’으로 인해

성장하고 있듯 레이싱장르도 이러한 성장 흐름을 탈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시티레이서’와 ‘팀 레볼루션’과 같은 작품들이 레이싱게임이라는 장르를 알렸고 ‘카트라이더’가 시장의 크기를 키운 상태에서, 현재 레이싱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접근성은 어느때보다 높다”며 “전통 레이싱이라는 장르적 한계를 얼마만큼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접근성 향상이 성공의 지름길

레이싱게임이 다시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성공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업체 한 관계자는 “전통 레이싱 게임을 이미 서비스한 경험이 있기때문에, 그 성공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레이싱관련 마니아 수는 대략 160만에서 200만 정도로 추산되지만 실제적으로 게임을 하는 유저는 몇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용 콘트롤러를 구입해 레이싱을 즐기기 위해선 아직까지 온라인 게임이 콘솔게임의 퀄리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정통 레이싱을 고집하기 보단 접근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르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통 레이싱을 고집하는 것보다 유저에게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대중화를 위한 첫번째 과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NHN의 관계자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레이싱 게임이 정통은 아니다”며 “RPG요소를 결합해 자칫 식상해지기 쉬운 레이싱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업체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작품들 역시 일부를 제외하고 자동차가 등장하는 정통 레이싱이 아닌 스노우 보드나 인라인 스케이트 혹은 미니카가 등장한다. 이는 정통 레이싱 보다 접근성을 강조한 캐주얼 레이싱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싱게임들의 불꽃 튀는 질주는 이미 시작

됐다.

<모승현기자 mozi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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