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고등학교’라는 생소한 이름의 학교에선 어떤 수업이 이뤄질까. 지난 4월 오후 서울 강남의 ‘서울로봇고등학교(http://www.seoulrobot.hs.kr)’를 찾았다. 자동화로봇과 2학년 학생들의 ‘기초전기전자실습’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 학교는 2005년부터 ‘강남공업고’ 간판을 내리고 로봇교육을 특성화해 미래형 첨단 산업인 로봇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자, 이제 연결된 회로의 저항 값을 측정해 보자. 어떻게 나왔지?” 슬리퍼를 갈아신고 들어간 깔끔한 교실에선 12명의 학생들이 전자회로판을 놓고 끙끙거리고 있었다. 수업은 한반을 둘로 나눠 12명씩 진행된다. 여러 개의 구멍에 작은 부품을 꽂아 넣고는 수치를 종이에 적어 내려 갔다.
“저항 2개로 이뤄진 전압분배기 회로를 학생들이 직접 구성하고 회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입니다. 일부러 회로의 고장을 발생시키고 고장이 출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배우는 게 목표에요. 학기말쯤이면 신호처리 회로를 직접 구성해 기기를 제어하는데 까지 배우게 됩니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실제 회로의 구성과 문제해결을 배울 수 있죠.” 자동화로봇과 유병로 선생님의 설명이다.
두 명이 한 대씩 사용하고 있는 실습기기 세트는 한 눈에도 말끔하고 상태가 좋아보였다. 각각 PC 한 대와 복잡한 회로판, 회로판에 연결된 계측기기판으로 구성된 이 실습기기는 소형 자동차 모형과 연결돼 있다. 회로 구성에 따라 헤드라이트 강약을 조절하거나 바퀴의 움직이는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회로구성과 계측, 소프트웨어 운용, 자동화 기기 구동까지를 한 기기로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유 선생님은 덧붙였다.
별도로 지어진 실습동은 층별로 자동화로봇과, 로봇제어과, 마이크로로봇과, 로봇재료과, 인테리어디자인과 등 전공별로 실습교실과 재료가공실 등이 갖춰졌다. 동아리방엔 배틀로봇 대회를 준비하는 로봇작품 제작이 한창이었다.
“유치원 때부터 로봇에 관심이 많았어요. 과학자가 꿈이고, 만드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일반 고등학교에 가면 좋아하는 걸 못하게 되잖아요. 여기서 로봇을 배워 특별전형으로 대학진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2학년 생인 박경래(남·18)군의 말이다. 신대방동의 집에서 매일 통학하는 박 군은 그래도 좋아하는 로봇과 함께여서 즐겁단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창작로봇 대회에서 수상한 학교의 기대주다.
조자희 홍보기획부장 선생님은 “로봇고등학교로 전환한 이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많이 들어왔다. 학생들의 전국 석차 백분율이 4%포인트 정도 높아질 정도”라며 “학교 주변 주민들의 시선도 아주 좋아졌다”고 전했다.
올해 신입생중 수석입학한 한 여학생은 남양주시에서 강남 일원동 인근의 학교까지 찾아왔다. 모두 로봇을 테마로 잡은 뒤에 생긴 일이다.
“기껏해야 우리는 선반기계 기능대회를 하는데 일본에선 배틀로봇이 테니스공을 옮기는 경기를 하더라고요. 별로 어려워보이지 않아 우리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김휘권 교장선생님은 3년전 일본 고등학생들의 전국 로봇대회를 본 뒤 로봇고등학교의 아이디어를 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여기 학생들중 우수한 친구들은 일반고등학교 진학을 원하는 부모님, 중학교 선생님과 싸우고 오는 애들입니다. 그만큼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죠. 이들 가운데 빌 게이츠 같은 인재가 나올거라고 믿습니다.”
김 교장 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체험하도록 해주는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어때요. 기자양반도 우리 학생들한테 꿈과 희망을 좀 실어줘야 하지 않겠어요?”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sh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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