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릴 때 마다 TV 대표주자 바뀐다

 ‘월드컵이 TV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월드컵과 TV는 ‘악어와 악어새’ 관계다. 60억 세계인이 일제히 열광의 도가니로 빨려드는 것은 TV를 통해서다.

반대로 월드컵만큼 TV 신제품 수요를 촉발하는 이벤트도 없다. 최첨단 TV 기술이 발달할수록 월드컵의 감동은 배가되고, 월드컵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TV판매는 날개를 단다.

업계에서는 이미 ‘월드컵 4년 사이클=TV 교체 주기’라는 비즈니스 공식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이 때문에 TV업계는 2006년 월드컵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로젝션에 이어 평판 TV가 대세로 자리잡았지만, 대권경쟁이 한창인 LCD와 PDP의 ‘진검승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TV업계는 이미 2010년 월드컵 대표주자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월드컵마다 대표주자도 바뀌었다=90년대 이후 월드컵과 TV의 ‘밀애’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평면 브라운관·프로젝션·LCD와 PDP TV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TV가 월드컵을 통해 속속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은 TV산업 패러다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94년 미국월드컵까지 TV 하면 앞이 불룩 튀어나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준 ‘배불뚝이 TV’를 밀어내고, 평면 TV가 최고 인기모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숨겨진 1인치를 찾아라’는 광고로 유명해진 삼성전자의 ‘명품플러스원’, LG전자의 ‘플라톤’ 등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평면 TV 바람은 이듬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완전평면 TV’ 생산경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프로젝션 TV의 해였다. 시원하게 펼쳐진 축구장을 40인치 이상 대화면으로 보면 더욱 실감난다는 업계의 마케팅 전략이 성공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품귀현상마저 보였다. ‘파브’ ‘엑스캔버스’ 등 90년대 후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외산 고가 TV에 맞서 도입한 브랜드가 빛을 발한 것도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프로젝션 TV가 공전의 히트를 했기 때문. 47인치 이상 프로젝션 TV는 식당이나 주점 등 업소 수요도 두드러져 월드컵 기간에 음식점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LCD VS PDP, 다음은?=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뚱뚱한 TV’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CD와 PDP TV가 이미 전체 TV 판매량의 60%를 넘어섰을 정도다. 문제는 성능과 가격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LCD와 PDP 가운데 어느 제품이 ‘대권’을 차지하느냐는 것이다. 평면 브라운관·프로젝션 등에서 공동보조를 맞춰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LCD와 PDP에 무게중심을 두는 것도 흥미롭다.

삼성전자는 40인치 LCD TV, LG전자는 50인치 PDP TV를 주력으로 밀고 있다. 주로 새벽에 열리는 경기를 녹화해서 볼 수 있는 ‘타임머신’ 기능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2010년 월드컵을 향한 ‘포스트 평판 TV’ 경쟁도 시작됐다.

박시범 LG전자 상무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되는 월드컵은 최첨단 TV의 교체수요의 최대 대목”이라며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인터넷이나 PC와 연동되는 IP TV나 최근 서비스를 본격화한 DMB TV 등 컨버전스 TV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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