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가 ‘똑똑한 소비자’의 위세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결함을 고발하면서 대규모 리콜사태가 잇따르는가 하면 경쟁업체의 비정상적인 마케팅을 소비자가 제보하면서 법정소송으로도 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이 때문에 아예 ‘똑똑한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업계는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고 조직화되는 똑똑한 소비자들에 허점이 잡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제품 결함 “꼼짝 마”=디지털큐브는 지난 주말 휴대용멀티미디어(PMP) ‘V43’이 전자파 발생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전파연구소 지적에 따라 10만대 이상 팔린 이 제품의 리콜을 단행키로 했다. 국내 PMP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한 디지털큐브의 이미지는 하루 아침에 추락했다.
업체들은 디지털큐브의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혹시 불똥이 튈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기기의 오작동을 수상히 여긴 한 회사원이 직접 전자파를 검사하고 전파연구소에 제보하면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내비게이터 업계도 똑똑한 소비자들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LG상사가 수입유통한 내비게이터 ‘미오 138’가 길안내 오류를 지적한 소비자 운동에 굴복해 대규모 리콜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하이얼코리아는 자신들이 판매한 LCD TV 패널이 홍보한 내용과 달리 국내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는 의혹이 일자 구매자들에게 패널 인증번호를 함께 동봉해 보내기도 했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비단 제품뿐 아니라 기업들의 마케팅까지 일거수 일투족 감시하고 있다. 최근 LG전자가 삼성전자의 타임머신 TV 비방광고를 금지해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 것도 네티즌들이 처음 제보하면서 벌어졌다.
◇“프로슈머 모셔라” 특명=이처럼 똑똑한 소비자들의 파워가 막강해지자 가전업체들은 아예 전담팀까지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부에 고객의 소리(Voice of Client)그룹을, 국내영업사업부에 CRM그룹을 가동중이다. LG전자는 ‘싸이언 프로슈머’라는 똑똑한 소비자 모임을 직접 운영하는가 하면 올 들어 ‘엑스캔버스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의견을 상품 기획부터 반영하고 있다.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이 소비자들과 기업간 대화의 장으로 마련한 ‘프로슈머 페스티벌’에는 지난 2004년 첫 행사에 15개 기업이 참가했지만 지난해에는 40개 기업으로 크게 늘어났다.
유용태 쓰리에스디지털 사장은 “과거 기업이 제품 정보를 독점하던 시절과 달리 요즘 소비자들은 TV제품이 나오면 패널, 보드 등 주요 부품 메이커가 무엇인지 하는 고급 정보까지 인터넷으로 공유할 정도”라며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보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경우 반대로 입소문 마케팅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사상 초유의 리콜사태가 잇따르면서 똑똑한 소비자들이 ‘제3의 압력단체’로 급부상했지만, 익명성의 인터넷 공간을 통해 경쟁업체를 의도적으로 모함하거나 좋은 점만 부각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이 횡행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장지영·윤건일기자@전자신문, jyajang·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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