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는 선진국 수준인데 개발기술 사업화 또는 상용화는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더욱이 정부 각 부처가 역점을 두고 펼치고 있는 각종 R&D사업의 성공률도 선진국의 30∼50%에 크게 못 미치는 10∼30% 수준으로 저조하다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본다. 정부와 기업이 R&D 및 기술개발 관리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재검토와 함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기술경쟁시대에 선진국을 따라잡기란 더욱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본지가 정부 및 산업기술 관련 기관의 국내 R&D 성과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R&D투자는 2004년 193억달러로 세계 7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우리나라보다 투자액이 앞선 미국(2.62%)·독일(2.50%)보다도 높은 2.85%였다. 그런데도 R&D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기여도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10.9%)가 미국(40.2%)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우리나라 R&D 투자가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졌거나 결과물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족한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기술 우선 정책으로 R&D 투자에만 신경을 썼지 성과물을 실제 사업화로 연계하는 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정부가 우수 기술로 인증해 준 것들 중에도 사업화나 상품화되지 않는 것이 적지 않다고 하니 아연해 질 뿐이다. 우리나라 대학을 비롯한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이전율도 20.8%에 불과하다고 한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개발한 기술 10개 가운데 사업화를 시도한 것이 2개뿐이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R&D 성과에 대한 효용성이 얼마나 낮은지 잠작하고도 남는다.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가치가 없는 기술을 연구하거나 실적 위주의 R&D에 치우치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세계 기술전쟁에서 이기려면 핵심 원천기술 개발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정부와 기업들이 R&D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인력 양성에도 주력해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면서 기술 개발에 나서지 않는 한 기업이나 국가경제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자칫하면 기술종속의 우려도 있다. 그러나 R&D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개발기술을 사업화·실용화하는 것이다. 한정된 R&D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고, 기술경쟁시대에 개발 기술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산·학·연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되고 실용화될 때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올라가고 산업경쟁력도 크게 높아진다. 더욱이 연구자의 창의력과 기업의 사업화 능력이 결합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이로 인한 수익이 다시 R&D 재투자로 이어져 우리나라 R&D의 선순환 구조가 정립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기술사업화 정책을 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간 기술거래소를 설립해 기술사업화에 대한 종합적·체계적 체제를 마련한 것은 물론이고 출연연구기관 기술이전사업, 휴면특허 사업화 등 다양한 정책을 전개해 왔다. 그런데도 사업화를 위한 기술 이전율이 낮다는 것은 기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문제점이 뭔지 따져보고 정부가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기술개발 우선의 투자지원 정책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기술개발의 사후 관리와 함께 사업화를 위한 지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개발기술을 상품화나 사업화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나 노력이 오히려 R&D에 드는 것보다 더 많고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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