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분산공유형 연구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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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재단(NSF)이 돈을 대 1992년 설립된 UARC(Upper Atmospheric Research Collaboratory)는 연구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인 그린랜드에 극지 대기 관측시설을 건설하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서 협력연구환경을 조성한 세계 최초의 분산공유형 연구 인프라였다. 이 새로운 시도는 대성공을 거둬 현재는 전 세계에 분산된 43개 이상의 연구기관과 실험시설이 상호 네트워킹돼 세계 각국에 있는 관련 연구자들이 24시간 실시간으로 공동협력연구를 할 수 있는 분산공유형 연구시설로 발전했다.

 UARC의 성공 사례는 지리적·공간적으로 분산된 다수 연구시설을 연결, 많은 연구자가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연구와 교육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줬다. 실험시설과 관측시설, 컴퓨터, 데이터 보관소를 네트워킹하고 운용 소프트웨어와 미들웨어 서비스, 도구를 사용해 통합한 후 연구자들이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구축한 분산공유형 연구인프라를 ‘사이버인프라스트럭처’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분산공유형 연구인프라 사례로는 ALMA·NEON·BIRN·LIGO·GEON·NEES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미국 NSF는 지난 2005년 7월 사이버인프라스트럭처 사무국(OCI)을 신설해 과학기술뿐 아니라 학문 전 영역에 걸쳐 분산공유형 연구인프라 구축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에 필요한 기술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에서 시작해 이제는 영국의 e사이언스, 캐나다의 ‘서드웨이브’, EU의 제6차 프레임워크 등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과학기술부가 2005년도에 국가 e사이언스 사업을 시작했고, 이보다 앞서 건설교통부는 2004년에 분산공유형건설연구인프라구축사업(KOCED 사업)을 시작했다. KOCED 사업은 풍동시설·지진모사실험시설·센트리퓨지 등 12개의 대형 실험시설을 전국에 분산해서 건설하고 네트워킹한 다음 협력연구환경을 구축해 우리나라 건설 분야 전체 연구자와 기술자가 공동으로 사용토록 하는 대표적인 분산공유형 연구인프라다.

 이들 분산공유형 연구인프라는 미국 NSF의 OCI 초대 사무국장인 앳킨스 박사가 말한 바와 같이 연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 뿐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는 열린 공간을 사회 전체에 제공한다. 또 고등교육과 관련해서도 단순한 원격학습을 넘어 기존의 대학을 대체할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공간적·시간적 장벽을 넘어서 협력을 가능케 하고 사회 모든 구성원이 지식의 창출과 활용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장차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흔히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IT의 상업화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정상을 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IT의 진정한 힘은 사이버인프라 구축과 같이 협업환경과 시스템을 만들어 지식의 공유와 개방이 일어나고 분산된 인력과 자원이 통합되며 연구자 상호간 연결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분산공유 인프라와 같이 상호협력하고 공유하며 개방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KOCED 사업의 추진 경험에 비춰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IT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과기부·교육인적자원부뿐 아니라 건교부와 같은 실무부처의 정책결정자가 새로운 인프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각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또 연구와 교육과 산업을 별개로 생각해서도 안 된다. 더 나아가 특정 적용 분야에서도 연구자와 기술자가 상호협력하고 시설과 지식을 공유하며 공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성숙돼야 할 것이다.

◆김재관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jkwankim@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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