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시행 한 달…"3월 27일 이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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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휴대폰 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째를 맞은 서울 용산전자상가 휴대폰 매장 풍경.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각종 판촉 문구만 현란할 뿐 썰렁한 모습이다.

26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용산전자상가. 새 보조금 제도 시행 한 달을 맞은 나진상가 휴대폰 매장은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손님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새 보조금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매장 직원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한 마디로 “3월 27일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게 골자다.

 나진상가내 한 휴대폰 매장 대표인 K씨는 “이동통신사만 좋은 일 시킨 셈”이라며 “소비자는 물론 우리 같은 유통업자도 피해자”라며 새 보조금 제도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동통신사는 웃었다(?)=제조사와 유통 관계자들은 새 제도에 대해 ‘이통사만 신났다’라는 입장이다. 새 보조금 제도 시행 이후 이동통신 시장 흐름이 번호이동 중심에서 기기변경으로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이 줄었다는 것. 가입자를 뺏어오기 위한 출혈경쟁 대신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의 마케팅 비용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여전히 보조금을 많이 쓰고 있다”며 “이통사들의 수익성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매장은 ‘울상’=지난 3월 보조금 제도에 기대를 걸었던 휴대폰 매장들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날 용산상가 인근 아이파크몰 8층 휴대폰 매장에서는 손님보다 매장 직원이 더 많은 이른바 ‘직초(職超)’ 현상까지 목격됐다.

 신성균 아이파크몰 8층 상우회장은 “한 마디로 ‘절간’이다. 조만간 문 닫는 업소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말부터 제도 시행직전인 3월 중순까지는 대기수요가 발목을 잡았고, 27일 이후로는 보조금 액수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추가 보조금 지급을 기대하는 ‘제2의 대기수요’가 생겨났다는 것. 매장 마진도 줄었다. 제조사 보조금 및 대리점 보조금이 사실상 자취를 감추면서 한 대 팔아봐야 남는 게 없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소비자는 ‘허탈’=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도 뜸해 졌다. 용산상가의 경우 지난 27일 새 보조금제도 시행 이후 2주간은 반짝 증가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오히려 방문객이 줄었다. 평소 하루 500여명이 찾던 아이파크몰 8층의 경우 요즘은 300여명으로 줄었다.

 나진상가도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나진상가에서 만난 P씨는 보조금에 대한 기대로 용산을 찾았지만, 자신에 해당되는 금액이 7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아이파크몰의 한 매장 직원은 “요금통지서에 적힌 사용액이 아니라 실통화량 기준으로 지급액이 결정된다는 설명에 상당수가 불만을 터뜨린다”고 전했다.

 ◇새로운 변화=새 제도 시행 이후 시장에는 △이통사간 감시체제 형성 △기기변경 수요 증가 △저가폰 시장 사실상 와해 △브랜드 쏠림 심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보조금 지급금액에 대한 감시 및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상가 매장들은 요즘 통신위원회 단속 직원은 물론 이통사들의 암행어사(?) 감시도 받아야 한다.

 기기변경 수요가 증가한 것도 큰 변화다. 소비자의 70% 이상이 번호이동 보다는 기변을 통해 제품을 교체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기승을 부렸던 ‘공짜폰’ ‘마이너스폰’ 등 초저가품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1만∼2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저가 단말기도 이제는 최저 10만∼15만원을 내야 한다. 반면 50만원 이상의 DMB폰 및 초슬림폰 등 고가 단말기 판매가 늘면서 삼성전자 애니콜 선호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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