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국내 시스템 유통업체의 최대 관심사는 ‘돈 되는 아이템’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불문하고 이른바 ‘뜰 것’ 같은 제품을 찾아 동분서주했다. 해외 전시회를 찾고 웹 사이트를 뒤적이며 국내에서 ‘통’ 할 수 제품 찾기에 골몰했다. 같은 기능이라도 좀 더 가격이 싼 제품이라면 미국·유럽 지역의 외딴 섬이라도 달려 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인터넷으로 정보가 넘쳐 나면서 이전처럼 독점 지위가 크게 줄었다. 제품을 선점하고 국내 유통 권한을 얻었다고 그대로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좋은 시절도 지났다. 이미 수 많은 기업이 시행착오를 거쳤다.
정남진 엔빅스 사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HP·IBM· 후지쯔 등 글로벌 기업의 특정 제품만 잡아도 큰 수고 없이 사업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말했다. 국내 IT시장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고 갈수록 하드웨어 제품의 차별화가 없어지면서 유통업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특별한 전략 없이 제품을 추가해 사장과 임원까지도 정확한 취급 제품을 모를 정도로 주먹구구식이었다. 정확하게 시장 요구를 읽지 않고 성급하게 뛰어 들어 불과 2, 3개월에 제품이 사장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백화점 식으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면서 매출은 얼추 맞출 지 몰라고 수익은 항상 제자리 걸음이었다. 오히려 이런 분위기가 ‘유통은 규모의 경제’라며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한 마디로 사장부터 직원까지 쉬지않고 뛰면서 몸은 바쁜데 정작 회사의 경영 상태는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하드웨어 유통 사업도 전략이 필요할 때다. 경영의 기본은 ‘선택과 집중 패러다임’과 맞닿아 있다. 인력·자본 등 적은 자원을 투자해 목표 이상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원 배분과 사업의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미 일부 기업은 새로운 유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히다찌 스토리지만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까지 오히려 본사에서 놀랄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 사업을 벌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세계 히다찌 유통 채널을 통틀어 매출과 수익에서 6위를 차지했다. 코오롱정보통신도 IBM과 자체 조립 생산(AAP) 방식 계약을 체결하면서 IBM서버에 집중해 적자에서 흑자 기업으로 반전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 밖에 국내업체로 나래시스템과 글루시스도 3년 이상 NAS 엔진 한 우물만 고집하면서 올해 이 분야에서만 전년 대비 30∼40% 성장한 70여 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 변보경 사장은 “이제는 유통업체도 규모가 아닌 전문성으로 승부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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