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 수출 기업의 울적한 사연

 며칠 전 한 중소기업 사장한테서 좀 황당한 사연을 들었다. PDA 전문기업인 이 업체는 조만간 상당한 규모의 PDA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기본 계약까지 마쳤다. 상대편 파트너도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취재 당시만 해도 이 회사는 대기업 못지않은 ‘빅딜’에 성공해 약간 들떠 있는 분위기였다. 기업 규모는 작지만 충분히 공개할 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언론을 위한 보충자료까지 준비해 놓았다.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모든 비즈니스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침묵하기로 했다.

 사연은 이렇다. 이 회사는 이번 건 말고도 몇 건의 수출을 성사시켰고 이를 공개했다. 1년 넘게 해외 시장에 공들인 결과가 하나둘 가시화되면서 자부심도 생겼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수출 성과를 공개한 이후 이미 기본 계약이 이뤄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다른 경쟁업체가 해당 업체와 적극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들은 계약 조건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제일 당황해한 건 계약 상대방이었던 그쪽 업체였다. 다른 한국 기업과 이미 기본 계약을 했다고 누차 설명했지만 추가 옵션을 제공하면서 재계약을 원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다. 사리사욕이 아니라 회사 이익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꼼수를 쓰거나 요행을 바랄 수 있다. 불법 혹은 비정상적으로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편법영업도 관행적으로 인정된다. 그만큼 비즈니스 환경이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도 경영의 ‘기본’이 있고 지켜야 할 일종의 ‘상도의’가 있다. 남들이 공들여 개척한 시장에 숟가락 하나 놓고 무임승차하겠다는 심보는 누가 봐도 정도를 넘어섰다. 설령 더 큰 사업이 이뤄지더라도 이런 행태는 제 발의 발등을 찍는 격이다.

 게다가 국내 상황을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망라하고 수출이 지상과제다. 해외에서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은 기업 브랜드로 승부를 걸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아직도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시장에서 코리아의 신뢰는 크고 작은 기업의 믿음이 모였을 때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중소기업도 이제 더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컴퓨터산업부=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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