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 낯익은 단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사전에는 올라 있지 않다. 다만 경제용어나 시사용어 사전에 ‘쌍끌이 장세’ 또는 ‘쌍끌이 어선’이라는 복합어로 소개돼 있을 뿐이다. ‘쌍끌이’란 단어가 세간에 널리 알려진 것은 1999년이다. 당시 체결된 한·일 어업협정에서 해양수산부는 우리 쌍끌이 어업의 통계자료를 실수로 누락했다가 뒤늦게 한·일 협정에서 이를 바로잡느라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이조차도 어민과 언론의 지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당시 이 해프닝은 우리나라 외교협상력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대목이기도 했다.
다시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난 주말 우리 정부와 일본이 대한민국 영토 독도를 놓고 해묵은 논쟁을 벌였다.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을 넘겨 현재는 외관적으로는 평화롭게 마무리된 듯싶다. 하지만 뒷말이 많다. 억지를 부리는 일본 정부를 향해 ‘더는 조용한 외교는 없다’고 선포한 우리 정부에 국민은 박수를 보내기도 했지만 결과는 ‘당장은 시끄러우니 덮어두자는 식’의 미봉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이번 시위로 6월 독일에서 열릴 국제수로기구(IHO) 회의에 한국식 해저지명을 올리는 것을 저지했다. 일본은 군함도 아닌 측량선 단 두 척으로 원하는 것을 얻고 돌아갔다.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모두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분명히 못박았다. 일본의 도발적 행위에 정면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반가운 대통령의 목소리다. 다만 이 같은 강한 어조가 일주일 전에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제는 정부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우리나라에는 반크(VANK)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인터넷에서 e메일 등을 통해 한국의 정확한 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 1999년 탄생한 사이버 단체다. 세간에는 독도나 동해에 관한 일본의 망언에 맞서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조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간단체에만 궂은 일을 맡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수위 국가이자 IT강국이다. 인터넷은 국경을 허문 지 오래다. 사이버상의 외교를 민간단체도 하는데 정부가 못할 까닭이 없다. 그동안 오프라인 외교가 부실했다면 온라인 외교에서만큼은 제대로 해보자.
컴퓨터산업부·최정훈 차장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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