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T 투자와 국산 소프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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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업계에선 하드웨어 등 장비에 대한 투자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한다. 어떤 유명 IT 리서치 기관은 하드웨어에 대한 성장세는 주춤하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하드웨어 투자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IT 투자 비중이 소프트웨어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에서는 하드웨어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9년 Y2K에 대비해 장비를 도입했던 기업들이 이제 기존 장비를 교체할 시기가 다가왔다는 그럴 듯한 주장이 나올 정도로 2004, 2005년 지지부진했던 IT 시장이 올해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호전되면서 기업들의 IT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가 호전되는 분위기 속에서 기업 고객은 그동안 미뤄 오던 IT 투자를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런 전망은 몇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돼온 것이어서 새삼스럽지만은 않다.

 이런 근거는 위의 리서치기관이 최근 매출 2000억원 이상 국내 152개 기업의 IT 예산을 분석한 결과에서 잘 나타난다. 이 기업들의 IT 예산은 지난해보다 16.4% 증가, 평균 158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부문별로는 하드웨어 분야가 서버와 PC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는데 서버·PC·스토리지·네트워크 장비 4개 분야 중 PC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서버 80.1%, 네트워크 장비 56.7%, 스토리지 42.7% 순으로 파악됐다. 하드웨어 구매 계획은 대체로 매출 규모에 비례했고, 업종별로는 금융 업종이 타 업종에 비해 높은 수요 계획을 나타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투자 여력이 있는 기업은 하드웨어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도 그렇지만 그동안 기업들이 IT 도입때 ERP·CRM·SCM 등 핵심 업무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에 우선순위를 둬 왔으나 최근에는 그룹웨어/KM·보안솔루션·RFID·BPM 등도 기업의 핵심 업무 애플리케이션으로 급부상(?)하면서 기업들도 이의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올해 IT 시장은 전반적으로 낙관적이어서 IT 업체들은 많은 기대를 걸고 고객 확보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IT 시장이 낙관적이라고 해서 모든 IT 업체가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가 있으면 마이너가 있게 마련이다.

 기업의 IT 구매자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때 주로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우선시한다. 사후 지원 서비스 대가를 내고 있지만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해도 해당 업체에 불만을 직접 토로하지 못한다.

 반면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는 입찰 대상에서 처음부터 제외되는 예가 대부분이다. 패키지임에도 불구하고 제품 공급때 기업 상황에 맞게 다시 개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간혹 사후 지원 서비스가 필요할 때면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는 ‘1분 대기조’ 심정으로 부르기만 하면 지체 없이 달려가야 한다. 조금이라도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객은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갑과 을이라는 공생관계 때문에 을의 입장인 공급업체는 항상 고객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보유 1위라는 이름 하에 우리는 대한민국을 IT 강국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휴대폰·반도체 분야에서 해외의 많은 유수 기업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이제 자타가 공인해 온 ‘IT강국’이라는 말이 맞는지 재고해 봐야 한다. 고객을 만나면 ‘이름 한번 못 들어본 기업’이라는 인식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외산 업체와 정정당당한 대결을 하고 싶은 게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바람이다. 국산이라면 형편없다는 맹목적인 선입견이 해소되기를 바란다. 또 스스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도 많아졌으면 한다.

 유수 기업과 당장 어깨를 나란히 하지는 못하더라도 자국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다산씨앤에스 이만희 사장 mhlee@dasanc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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