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80나노(10억분의 1)미터, 높이 200나노미터(㎚)짜리 금속 원통에 ‘지름 8㎚ 짜리 프로펠러(propeller)’를 달아 1초에 8회를 회전시켰다. 36개 디옥시리보핵산(DNA) 염기쌍이 자석처럼 붙었다 떨어졌다 하도록 만든 ‘0.1㎚ 짜리 다리 2개’로 분자를 걷게 했다. 0.3㎚ 짜리 벤젠·퀴논 분자 각각 1개와 탄화수소를 ‘디귿(ㄷ)’자 모양의 사슬로 엮은 뒤 ㄷ의 밑 아랫획(ㅡ)을 폈다 접었다 하며 움직이게 했다.
세계 과학기술자들이 0.2∼0.3㎚ 짜리 분자들을 움직이게 할 모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바이러스 크기가 10㎚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가늠키 힘들 만큼 작은 모터, 프로펠러 등을 갖춘 엔진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과학기술자들이 ‘분자엔진’ 만들기에 혈안인 이유는 ‘꿈의 의료기술’이나 ‘꿈의 소재 가공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초여서다. 특히 꿈의 의료기술는 나노기술이 인류에게 가져다줄 행복에 대해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등장한다. 즉 분자기계(나노로봇)에 특정 약물을 실은 뒤 암 세포를 향해 헤엄쳐가게 해서는 ‘암 세포만을 공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그 핵심요소가 분자엔진이다.
분자 꽁무니에 프로펠러를 달거나, ㄷ자 아랫획으로 동력을 얻는 일들이 성공하면서 꿈의 의료기술도 머지않아 실용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진다. 하지만 해결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분자엔진은 수소결합·전기(인)력·분산력·반발력 등을 통해 동력(밀고 당기는 힘)을 얻는데, 빛이나 전기에너지 등으로 자극해줘야 한다. 그런데 지속적인 자극,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운동방향 등은 어디까지나 실험공간 안(대개는 아주 작은 접시 위)에서다.
분자엔진이 과학기술자 손 아래 작은 접시 위를 벗어나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기까지는 적어도 10년? 30년? 아니, 아예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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