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민족과학기술학술대회`의 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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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 ‘2006 민족과학기술학술대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커다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6·15 공동선언이 있은 후 남북의 교류·협력이 증진됐고 연예인·체육인은 남북을 오가며 다양한 공동행사를 마련했으나 과학기술인에게는 그러한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동안 남북 과학기술자는 제3국인 중국이나 일본에서 만나면서 시간적·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면서 하루속히 우리나라 땅에서 학술대회를 하게 되기를 열망해왔다. 이러한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드디어 이루어졌던 것이다.

 6·15 공동선언에 명시된 바와 같이 남과 북은 경제협력으로써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 교류·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미래 산업의 동력이 되는 정보기술(IT)·나노기술(NT)·생명공학(BT) 및 환경공학(ET) 분야는 남북이 모두 중요시하는 분야로서 이 분야 전문가들이 서로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며 함께 응용분야를 찾아 산업화로 연결한다면 남북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커다란 공동 목표를 가지고 학술대회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난관도 많았다. 남북 준비위원들 사이 통신도 직접 할 수가 없어 중국과 일본을 거쳐야 했고 준비위원회 모임도 중국 선양에서 가졌다. 언어의 차이도 있었다. 남에서는 학술대회라 하는 것을 북에서는 토론회라 했고 남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최·주관·후원 기관으로 구성되는 것이 통례인데 북에서는 주관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한동안 이해시키느라 힘들었다. 그러나 IT·NT·BT·ET의 분야 선정은 양측 다 쉽게 합의했고 남에서는 학술대회, 북에서는 토론회라 부르기로 하는 등 이 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서로 양보하며 화기애애한 가운데 준비위원회를 진행해 작년 11월 제1차 준비위원회에서 본대회 개최에 대한 합의문을 이끌어냈다.

 이같이 첫번째 모임에서 합의점에 도달하게 된 것은 포스텍이 지난 5년간 남북 공동연구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왔고 중국·일본 등 제3국에서 서로 만나 안면이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도 북측의 준비위원을 이끌었던 국가과학원 제2국 부국장의 진지하고 열성적인 노력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남북 공동행사 개최에는 예상 밖의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학술대회에서 다시 한번 체험했다. 원래 올해 3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개최하는 것으로 준비를 해왔는데 한미합동군사훈련 기간과 겹친다 해서 1주일을 뒤로 미뤄달라는 북측의 요청을 받고 눈앞이 캄캄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대부분의 발표자와 참가자가 날짜를 조정할 수 있었다.

 4월 5일 아침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민족과학기술학술대회 개막식에서는 먼저 북측 리성욱 민족과학기술협회 회장(국가과학원 부원장)의 개막사에 이어 변영림 국가과학원 원장, 채영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 손동식 재중대표단 단장, 송기뢰 재미 대표단 단장의 축사가 있은 후 남북에서 한 명씩 기조강연을 했다. 먼저, 남측을 대표해 내가 ‘미래를 이끌 융합기술(컨버전스 테크놀로지)’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고, 다음으로 북측을 대표해 리현광 김일성종합대학 교수가 ‘경구용혈전용해제 <청곡키나제(혈궁불로정)>의 다기능적 특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기조강연이 있은 후 200여명의 참석자는 IT·NT·BT·ET의 네 분과로 흩어져 발표와 질의시간을 가졌다. 좌장은 남·북·해외 1명씩 3명으로 구성됐으며 발표와 토론은 매우 진지하게 이루어졌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듯이 한 핏줄, 같은 민족인 남북 과학기술자는 곧 서로 친해질 수가 있었고 격의없는 토론을 벌였다.

 이번에 열렸던 민족과학기술학술대회가 한번만으로 그치지 않고 남과 북을 오가며 계속 개최되기를 기대해본다.

◆박찬모 포스텍 총장 parkcm@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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