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노준형 장관이 해야 할 일

 신임 장관들의 고민은 대개 비슷하다. 전임 장관이 벌여 놓은 일들의 처리문제가 항상 골칫거리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도 예외는 아니다. 진대제 전 장관이 벌여 놓은 많은 일 가운데 이제 옥석을 가려 정리를 해야 할 처지다.

 IT839는 그렇다 치고 SW는 참 애매모호하다. 진 전 장관이 임기 막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SW는 누가 봐도 노 장관의 작품이 될 공산이 크다. 막 뼈대를 세우다 교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살을 입히고 기를 불어넣는것은 노 장관의 몫이다.

 노 장관의 취임 후 첫 공식 데뷔무대가 지난달 24일 열린 ‘SW구매혁신 보고대회’였다는 점은 이런 의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 앞에서 처음 보고하는 내용이 SW산업 육성 문제였다는 것은 향후 SW에 대한 정통부의 애정이나 관심을 읽게 해주는 대목이다.

 노 장관의 행보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우선 해야 할 일은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액션 플랜을 만드는 일이다. 또다시 새로운 SW 육성 정책을 만드는 데 힘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달 직접 보고한 ‘공공구매 혁신방안’이 기대 이상이라는 점이다. 늘 그러했듯 공무원의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업계의 아픈 구석과 요구를 최대한 반영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 장관은 이렇게 만들어진 대책안을 우선순위를 정해 현실감 있게 추진하면 된다.

 SW업계의 가장 절실한 요구는 SW 분리발주다. 공공기관의 발주인력 상황을 보면 단기간에 모든 프로젝트에 분리발주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행정자치부의 시·군·구 프로젝트처럼 가능한 것부터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다. 또 정통부가 먼저 분리발주에 나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굿소프트웨어(GS) 우선구매제도 확산도 중요하다. 이는 국산 SW 경쟁력과 직결된다. 세계 1위 전사자원관리(ERP) 업체인 SAP도 독일 정부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다고 외산을 무조건 배척하라는 것은 아니다. 공정한 경쟁의 규칙은 만들되 국내 SW가 단지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SW 품질인증제도인 G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이유다.

GS인증은 결코 형식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대상도 외산이나 대기업 모두 차별이 없다. 기준은 오직 품질이다. GS인증은 SW옥석을 가리는 잣대가 되기에 충분하다.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도 시급하다. 외국계 기업이 15% 이상의 높은 유지보수요율을 받는 반면 국내 업체는 5%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업체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린다. 5% 이상 수익을 내는 국내 SW업체가 거의 없다는 것은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글로벌 기업 육성도 서둘러야 한다. 도토리 키재기식 SW 기업 구조로는 글로벌 기업을 당해낼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두 다 살릴 수는 없다. 죽을 업체는 죽어야 경쟁력 있는 업체가 산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가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소프트웨어진흥단의 신설은 그래서 기대된다. 당초 업계가 원했던 규모의 SW진흥국은 아니지만 정부의 SW산업 육성 의지가 현실에 반영된 것은 분명하다. 어렵사리 만든 진흥단이 또다시 산하기관이 만든 보고서나 검토하고 지시 일변도의 구태를 보인다면 SW강국은 요원하다. 현장을 뛰어다니고 그곳에서 얻은 내용을 정책에 반영하는 살아 움직이는 진흥단이 돼야 한다.

 SW는 부가가치 면에서나 산업 파급력 면에서 우리가 올인 해야 할 유일한 성장엔진이다. SW강국은 누가 뭐래도 노 장관의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김경묵부장@전자신문, kmki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