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하이브리드 경영의 시대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통합된 디지로그(digilog), 융합을 의미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이종(異種) 간 결합을 의미하는 하이브리드(hybrid)가 이 시대를 읽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디지털 다이얼로그의 뜻으로도 쓰이는 디지로그는 단편적인 기술용어 차원을 넘어 정보문화의 신개념 키워드로 등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트와 아톰, 클릭과 브릭, 정보네트워크와 물류 등 IT와 함께 대두된 이항 대립체계를 해체·융합하는 새로운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컨버전스는 미디어·콘텐츠·기술의 융합으로 단순한 기술적 진보 수준을 넘어 IT산업의 새로운 돌파구이자 대안으로 부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도 개별부품이나 회로의 조합을 넘어 사회의 대립·갈등 구조를 해소시켜 새로운 융합의 장을 여는 사회·문화적 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먼저 종단적·통시적 융합이라 할 수 있는 디지로그는 기술 중심의 차가운 디지털 코드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입혀 새로운 문화공간을 열고 있다. 기술·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디지로그가 새로운 산업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고, 이러한 경향이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동거시대를 열고 있는 것이다.

 디지로그가 종단적·통시적 융합이라면 컨버전스는 횡단적·공시적 융합이다. 디지털 컨버전스는 영상·음성·데이터 등 서로 다른 종류의 미디어가 단말기나 네트워크 제약 없이 자유롭게 융합돼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능 휴대폰이 등장한 지 오래고, 이미 통신과 방송이 결합돼 ‘손 안의 TV시대’의 상징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즐기는 세상이 됐다. 대기업들이 디지털 컨버전스 전략을 내세워 수요를 창출하고 있고, 중소기업도 컨버전스적인 창조력을 내세워 대기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중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 하이브리드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비롯, 하이브리드 컴퓨터, 하이브리드 네트워크, 하이브리드 금융상품, 하이브리드 방송시스템 등이 보편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갈등조차 하이브리드적 사고로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요약하면 디지털 컨버전스로의 전환과 디지로그의 등장으로 하이테크 기술력과 하이터치의 감성이 융합된 컨버전스 현상이 대세가 됨으로써 사회적 하이브리드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 시대고, 이러한 변화가 일대일 매치 사회를 다대일 매치 사회로, 양자택일(or)의 사고방식을 그리고(and)의 사고방식으로 전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분쟁은 하이브리드 코드를 적용해서 풀어내고, 갈등과 충돌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이분법적 대립도 창조적 통합으로 풀어내는, 하이브리드적 사회통합의 시대이자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하이브리드 경영시대인 것이다. 사회든 기업이든 국가든 전혀 다른 요소를 고차적으로 접합해 창조적 대안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이제 버틸 수 없게 됐다.

 국가 간 문화 융합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심지어 유럽연합처럼 국가 간 통합현상이 나타나거나, 중국과 러시아처럼 경제합작을 통해 사실상의 형제국을 선포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기업 네트워크가 등장한 지 이미 오래고 경영방식의 하이브리드화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모든 기업은 사고의 대전환으로 갈등을 융합, 해결하고 모든 역량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하이브리드 경영을 통하지 않고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구성원 각자가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얻은 개별 역량을 하나로 묶어 어떤 위기상황이 와도 이를 능히 극복하는 자율조절 시스템을 갖추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조직 구성원의 역할을 중시하면서 시스템화를 이루어 대립·투쟁·반목·갈등을 공존·평화·상생·통합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경영으로 전환해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ihsong@kesc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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