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복잡성 확대와 데이터 폭증으로 인해 기업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 및 효율 증대를 위한 추가 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원하는 정보를 발 빠르게 찾는 것만큼이나 기존에 보유한 데이터를 알맞은 곳에 활용하는 정보 운용 능력이 기업 경쟁력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가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업무 연속성을 유지하는 일이 기업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기존에는 데이터 백업이나 솔루션 업그레이드를 위해 시스템 중단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라도 액세스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함으로써 기업의 총소유비용(TCO) 절감과 투자대비수익률(ROI)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샤베인옥슬리법 등 눈앞에 다가온 각종 규제사항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만큼 어느 때보다 체계적인 IT인프라 구축 필요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IT 예산 압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은 자원의 ‘현명한 분배’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IT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최근 발표된 IT조사기관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의 IT 예산이 작년 대비 5.3%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IT운용이나 서비스 관리체계, 실시간 비즈니스 체계 구현, 업무 프로세스 관리(BPM) 등에 신규 솔루션 도입 증가가 예상되며 각종 규제의 영향으로 스토리지에 많은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IT업체가 고객에게 설익은 최신 기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검증된 기술로 실제 구현 사례를 입증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나 개념을 포장해 내보내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더는 이런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응으로는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기술 선점도 중요하지만 과연 그 기술이 얼마나 고객의 비즈니스를 윤택하게 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최근 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상화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고객의 시각에서는 가상화라는 개념이나 기술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로 자사의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비즈니스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가 더 관심 있을 뿐이다. 그러나 벤더들은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채 기술 홍보나 이슈 선점에만 열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사석에서 우리나라 굴지 기업의 전산실 책임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IT벤더들은 현장과 괴리가 있는 개념 중심의 이상적인 기술론을 펼치는 경향이 있다’는 요지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는 “기업의 IT 현장은 치열한 현실이지 벤더의 테스트베드가 아니다. 신기술 개발이나 새로운 개념을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자에게는 검증되지도 않은 주장과 약속이 시장에서 범람하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강조했다.
신기술은 기업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촉매제와 같다. 특히 항상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성장을 거듭하는 IT기업이라면 이러한 최첨단 기술의 존재 유무야말로 회사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무기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아무리 희소성 높은 기술이라도 고객 요구와 맞지 않거나 시대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면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이상적인 공수표에 고객은 이제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네빌 빈센트 HDS코리아 사장 Neville.Vincent@h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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