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농어촌 초고속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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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전원생활의 꿈을 안고 5년 전 경남 산청군의 한 산간마을에 정착한 김씨(45) 부부는 요즘 다시 도시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얼마 전까지 지역 영농학교와 이웃의 도움으로 약초를 재배하고 가축을 키우며 낯선 농촌생활에 점차 적응하면서 재미를 붙여가는 김씨 부부에게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이 자꾸 이사를 가자고 조르기 때문이다.

 아들의 주장은 시골 마을에서는 인터넷이 안 돼 교육방송 시청이나 온라인 학습이 어렵고, 인터넷으로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해 학교 친구들과 교우관계에서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 동안 고생해 이제 겨우 시골생활에 적응해서 살 만한가 했더니 자녀 교육문제 때문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김씨가 대안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원을 보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인터넷 학습을 하기에도 너무 시골이다보니 인터넷망이 들어오지 않는다. “인터넷만 가능하다면 굳이 이사를 안 가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 텐데….”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은 선택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나 수도 같이 개인이나 기업은 물론이고 그 밖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일상생활과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변모했다. 인터넷 없이는 정상적인 업무처리나 인간관계를 지속하기 어렵게 됐으며, 새로운 기회와 소통에서 소외당하지 않을 핵심적인 인프라로 자리잡았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는 국가차원의 정보화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인터넷과 모바일 등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급속히 확산시켰다. 이로써 기업과 개인의 생산성 증대 등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공공·민간 부문 정보화와 인터넷 이용확산 등을 통한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이루었다. 우리나라 80% 이상의 가정에서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특히 전국의 1만400여개 모든 학교에 인터넷이 무료로 제공돼 EBS 수능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4년 연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디지털 기회지수 세계 1위, 전자정부 세계 5위 등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객관적 지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IT 선진국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한 숨은 공신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급속히 진전되는 정보화·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새로운 사회적 불평등과 불안요소로 떠오른 계층간 소득 및 정보의 양극화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1000만명, 이용하고 싶지만 못하는 사람이 500만명이나 있다. 농어촌 지역과 장애인·노인 등의 취약계층에 대한 정보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IT강국이라 할 수 없다.

 다행히 정부에서는 올해부터 2년에 걸쳐 전국 광역시·도와 함께 농어촌 지역 오지의 초고속인터넷서비스 음영지역 해소를 위한 ‘농어촌 초고속망 확대 구축사업’에 착수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KT에서 흔쾌히 이 사업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농어촌 지역 초고속망 구축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농어촌 초고속망 미구축 가구는 약 19만 가구며, 이중 50가구 이상 마을의 약 8만 가구는 기간 통신사업자가 올 상반기에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나머지 50가구 미만 마을의 11만 가구에는 정보격차 해소차원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산원은 정부·지자체·사업자 간 공동 매칭펀드 방식으로 예산을 조성해 초고속망 미보급 농어촌 지역 11만 가구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07년 말이면 농어촌·산간 지역에서도 도시와 똑같은 고품질의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 농어촌 지역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은 정보양극화 해소의 핵심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어촌 소득증대의 수단으로까지 이어져 살기 좋은 농어촌 건설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영로 한국전산원 공공인프라팀장 lyr@n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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