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은 지난해 10월 리눅스 업체들을 동원해 정부 주도의 리눅스 운용체계(OS)인 ‘부요’ 배포판을 무료로 시장에 공급했다. 리눅스 업계는 술렁였다. 부요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이 반발했다.
KIPA는 부요 무료 배포를 통해 사용자층을 넓혀 정부 주도의 리눅스 프로젝트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염두에 뒀지만 반(反) 부요 리눅스 업체들은 “정부가 제품을 개발해 시장 경쟁을 필요 이상으로 과열시킨다”며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KIPA 주도의 부요가 공개SW를 육성하기보다는 시장의 논리를 역행하는 조치라며 부요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SW업계 H사의 한 임원은 “3∼4년 전 배포판이 난무해 리눅스 업계가 공멸한 경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OS를 양산,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의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할 KIPA가 이를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KIPA의 강력한 부요 드라이브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요는 아직 의미 있는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했다. 그런데 KIPA는 한발 더 나아가 부요 판매법인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반대 진영의 반발을 샀다. 이유야 어찌됐든 국내 리눅스 업계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KIPA가 리눅스 진영을 부요와 반 부요 진영으로 나누는 결과를 초래했다.
KIPA의 실적 위주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KIPA가 공공기관과 대학을 대상으로 2004년부터 실시해 온 공개SW 시범사업이 대표적이다. 특히 강원도립전문대학의 데스크톱PC용 리눅스 구축 시범사업은 KIPA가 부요 채택을 강요해 국내외 리눅스 업체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사례로 꼽힌다.
외국계 리눅스 업체 총판 사장은 “무조건 부요의 레퍼런스 확보를 위해 경쟁 자체를 막는 것은 시장 논리를 역행하는 것”이라며 “KIPA가 실적 차원에서 무리한 정책을 취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역차별은 국내 업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KIPA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한 국내 리눅스 업체 역시 “시범사업 전반에 걸쳐 부요를 강요하는 행태가 만연했다”며 “수요처 확보에만 골몰하지 말고 인력 양성, 리눅스 OS 업체 지원 등 인프라 구축 차원의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렇다고 KIPA의 정책이 수요처를 만족시키는 것도 아니다. 강재화 공공기관발주자협의회장은 최근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정보화 분야 토론회에 참석해 “발주처 처지에서 공개SW가 반갑지만은 않다”며 “리눅스에 기반을 둔 솔루션이 많지 않아 리눅스보다는 윈도나 유닉스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 밀어주기도 논란거리다. KIPA가 각종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일부 리눅스 업체에 편중된 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도 시장 경쟁에서 밀린 업체들에 프로젝트를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리눅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관계 때문에 이들을 ‘KIPA에 기생하는 업체’라고 부른다.
한 리눅스 업체 사장은 “KIPA가 시장경쟁력이 약한 업체에 정부 사업을 통해 자금 수혈을 해주는 것이 공개SW 육성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공개SW 육성에 앞서 업체들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그라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5년 공개SW 시범사업 진행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