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전자산업육성법을 제정하면서 통신을 주요 품목으로 지정한 뒤 국내 통신장비 산업의 태동을 알린 첫 시도는 국산 교환기 ‘TDX’ 개발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진공관라디오 수리공이 컬러TV를 만드는 것에 비유될 정도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1981년 연구개발 예산이 24억원이던 시절, 5년간 총 24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TDX 개발로 우리나라는 디지털교환기 기술을 보유한 세계 열번째 국가로 도약했으며, 후일 CDMA에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디지털 방식을 채택해 90년대 이후의 세계 디지털화 흐름을 탈 수 있었다.
88년 서울올림픽 후 이동통신 수요가 급증하자 89년 국가 주도로 차세대 디지털 이동통신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디지털 시스템을 상용화한 국가가 전무했던 시기에 선행 투자를 감행했던 것이다. 특히 CDMA 기술을 선택한 점은 당시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
지난 90년대 초 직원 15명 규모 벤처기업이었던 퀄컴이 개발했던 CDMA 기술은 상용화 가능성이 불확실했고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CDMA 선정에는 높은 주파수 효율, 낮은 서비스 비용, 우수한 통화품질 등 기술적 우위와 함께 성공만 하면 한국이 기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퀄컴과의 공동 개발이 느리게 진행되자 기초설계를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개발을 추진한 점이다.
연구개발에 착수한 지 3년 만인 94년 시험 시제품 ‘KSC-1’을 개발하게 된다.
지난 97년으로 정해 놓았던 개발 시한을 95년으로 앞당겼던 야심찬 계획에 ETRI는 물론이고 삼성·LG·현대·맥슨 등 일반 기업도 전력을 다했다. 10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던 ETRI나 일반 기업들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95년 신세기통신, 96년 PCS 3사가 경쟁에 합류했고 선발업체인 SKT도 신규 서비스 제공, 요금 인하 등에 나섰다.
이후 서비스 초기 수백 개에 불과했던 기지국이 99년 말에는 1만1000개로 늘어났다. 또 대기업에서 퇴사한 엔지니어들이 창업을 하면서 이동통신 기술의 확산이 이뤄지게 된다. 이후 국내 시장이 포화에 이르자 해외로 길을 개척, 전 세계로 CDMA 기술을 수출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현재 한국의 ‘와이브로(Wibro)’라는 차세대 통신 기술을 또다시 전세계 시장에 보급하고 나섰다. 퀄컴에 의존했던 CDMA에서 한 단계 발전, 기술 표준까지 주도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
많이 본 뉴스
-
1
기계연, '생산성 6.5배' 늘리는 600㎜ 대면적 반도체 패키징 기술 실용화
-
2
네이버멤버십 플러스 가입자, 넷플릭스 무료로 본다
-
3
KT 28일 인사·조직개편 유력…슬림화로 AI 시장대응속도 강화
-
4
삼성전자, 27일 사장단 인사...실적부진 DS부문 쇄신 전망
-
5
K조선 새 먹거리 '美 해군 MRO'
-
6
인텔, 美 반도체 보조금 78.6억달러 확정
-
7
갤럭시S25 울트라, 제품 영상 유출?… “어떻게 생겼나”
-
8
GM, 美 전기차 판매 '쑥쑥'… '게임 체인저' 부상
-
9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는 누구?
-
10
美 캘리포니아 등 6개주, 내년부터 '전기차 판매 의무화'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