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서비스를 상용화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세계 어느 나라도 섣불리 나설 수 없었던 CDMA 방식의 이동통신서비스는 당초 시도 자체만으로도 도박에 가까운 대모험이었다. 정책과 기술·사람·시장 어느 것 하나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부문서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의 이동통신 분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지 10년 만에 ‘정보통신 강국, IT코리아’란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CDMA의 성공은 곧바로 초고속인터넷의 동력으로도 연결되는 부수 효과를 얻었다.
CDMA는 출발 10년 만에 국내 가입자 3800만명, 전 세계 CDMA 가입자 2억8000만명(2005년 3분기 기준)이라는 거대 시장을 창출한 주역이 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0억명으로 추산되는 세계 이동통신 가입자의 14% 수준까지 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역적으로도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인도·동남아 등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특히 세계 CDMA 통신장비와 단말기 시장에서 주도적인 국가로 자리잡았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팬택은 세계 10대 휴대폰 업체로 올라섰으며, 삼성전자는 글로벌 3위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코리아’란 국가 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했다.
CDMA는 지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5년 동안 생산유발효과 125조원, 고용유발효과 142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우리나라의 CDMA 기술은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형(GSM) 시장까지 개척, IT 강국 코리아의 휴대폰이 반도체를 잇는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실생활에도 가히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휴대폰은 단순한 정보통신 기기가 아니라 삶의 필수적인 수단이 됐으며, 일정관리·정보관리·음악·전화·TV·방송 등의 기능이 하나의 기기 안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정보기기의 허브가 됐다. 텔레매틱스 기능과 홈오토메이션·증권단말기·금융단말기 기능을 담게 되면서 컨버전스(융합) 시대를 여는 수단으로도 떠올랐다. 가상의 현실이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CDMA는 앞으로도 새로운 변혁을 몰고 올 전망이다. CDMA 기술이 지난 10년간 이동통신 산업과 경제를 키워온 큰 축이라면, 향후의 10년은 새로운 네트워크(HSDPA, 와이브로)와 기존 네트워크의 적절한 배합과 운용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시작된 유선과 무선통신의 컨버전스, 나아가 방송·금융 등 이종산업간의 컨버전스 또한 새로운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동통신사가 HSDPA를 도입하며 WCDMA 활성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대용량의 무선인터넷 데이터를 고속으로 받는 것은 물론이고 고속으로 전송하는 것까지 가능해져 기존의 무선인터넷 이용패턴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다.
또 KT와 SK텔레콤이 당장 6월에 상용 와이브로서비스를 시작하면 노트북PC·PDA, 나아가 휴대폰 등에서도 이동중에도 고속으로 인터넷을 접속,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근 몇년 동안 화두로 떠오른 컨버전스 서비스와 통신산업이 새 자리를 꿰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디지털음악 포털(멜론·도시락·벅스뮤직 등)의 확산과 더불어 유료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게 될 전망이다.
광대역 융합 네트워크(BcN)의 확산과 디지털홈 서비스의 등장, 가정내 멀티미디어센터 역할을 하게 될 차세대 PC의 보급으로 인해 TV를 사용하듯 쉽고 간편하게 인터넷에 접속해 디지털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디지털 시장’도 한층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의 통신시장에서는 새로운 네트워크 출현보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바야흐로 디지털콘텐츠와 컨버전스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국내 IT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 CDMA 상용화, 그 신화는 컨버전스 시대와 디지털콘텐츠 시대를 맞아 아직 진행형이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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