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략적 제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최근엔 ‘양해각서(MOU)’가 협력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자리잡았다.
본래 국가 간 외교 교섭을 한 후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하고 기록하기 위해 본 조약이나 정식계약에 앞서 치르는 문서상의 합의 절차를 가리키지만 요즘엔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동안 국가 대 국가의 협약에 사용돼온 용어가 이제는 국가기관 사이, 일반기관 사이, 일반기업 사이에서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셈이다. MOU에는 국가 간 협정이나 조약뿐 아니라 일반 기업 간 제휴, 협력 등의 내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건의 국가 간, 기업 간, 기관 간 MOU 교환이 이뤄져 MOU 홍수를 방불케 한다. 참여정부가 국가 간 MOU를 교환한 횟수는 여느 정부 못지않다. 참여정부의 특징 중 하나인 대통령의 순방외교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해마다 5∼6차례 순방길에 나서 각국 정상과 자리를 같이하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제대로 알리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는 등 성과가 대단하다. 방문하는 국가마다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3∼4차례 이상의 실무 장관 간 MOU 교환이 이뤄진다.
여기에 정부 부처 간, 산하기관 간, 기업 간, 지자체 간에 이뤄지는 MOU 교환을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들 정부나 기관·기업이 MOU를 교환할 때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당사자 간 분위기가 매우 좋고 뜻이 일치돼 당장에라도 무슨 결과물이라도 나올 것 같다는 점이다. 그러나 MOU를 교환한 후 제대로 열매를 맺은 사례는 얼마나 될까.
MOU는 조약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공식적으로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따라서 MOU를 교환했다고 해서 일이 다 처리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상대방의 상황 변화로 협상이 얼마든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MOU는 그야말로 협상의 시작일 뿐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임해야 할 것이다.
◆경제과학부·주문정차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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