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노준형 장관 취임 후 이동통신 ‘010 식별번호’ 통합정책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당초 국민 통신편익 차원에서 지난 2004년 번호이동성 제도와 함께 도입됐던 010번호 통합정책은 2년여간 번호이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통부 내부에서조차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만간 3세대(G) 이동통신인 WCDMA·HSDPA 상용화를 앞두고, 정통부가 기존 2세대(G) 식별번호인 ‘01x’ 가입자에게는 번호이동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배경에 노 장관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010번호 통합정책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실제로 정통부는 지난 2003년 번호 통합정책 발표 당시만 해도 WCDMA 상용서비스 후 5년째인 오는 2007년까지는 기존 01x 식별번호 체계를 010으로 통합한다고 밝힌 바 있다. 010 통합번호 환경이 되면 이동통신 가입자가 사업자 식별번호를 생략하고도 발신할 수 있는데다, 식별번호 차이로 인한 사업자 간 브랜드 경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후 번호이동성 제도가 동시에 도입되면서 기존번호를 유지하고자 하는 가입자가 예상 밖으로 많자 010 가입자가 전체의 80%선에 이를 때까지 통합을 미루겠다고 물러섰다.
또 당초 계획으로는 지난해 6월께 2G-3G 번호이동을 포함, 010번호 통합정책을 수립하기로 했지만 그때 불거졌던 각종 현안에 묻히고 말았다. 지난 2년여간 이동통신 시장의 관련 현안 가운데 가장 큰 무게중심이 번호이동성 제도의 정착이었다는 점도 물론 한몫했다.
최근까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났던 010번호 통합정책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지난 연말 2G-3G 간 번호이동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이었다. 국가 신성장 동력 발굴을 지상과제로 삼았던 당시 진대제 장관의 기조라면 올 상반기로 예정된 WCDMA·HSDPA 조기 활성화를 위해 기존 01x 식별번호도 3G 번호이동 대상에 모두 포함시켜야 했다는 게 정통부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지난 연말 내부적으로 결정된 2G-3G 번호이동은 010에 국한한다는 결론이었고, 이 과정에서 당시 노준형 차관의 의중이 적잖이 실렸다는 게 뒤늦게 알려진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010 번호통합을 막연히 국민 편익과 신산업 육성차원에서만 볼 수 있겠느냐”면서 “신규 서비스에서도 선후발 사업자 간 격차가 난다는 점을 깊이 고민한 노 장관의 사려 깊은 판단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 내부에서는 WCDMA·HSDPA 활성화 차원에서 기존 01x 번호이동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함에도 불구하고, 2G-3G 번호이동에 관한 한 010 제한이 풀리지 않을 것이며 이를 계기로 010 번호통합은 종전보다 빨라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010번호통합정책은 노 장관 체제 이후 통신규제 철학의 상징적인 시작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노준형 장관이 밝혔던 ‘기존 유효경쟁 정책의 전면 재검토’ 원칙대로 앞으로는 시장 상황 논리보다는 ‘법대로’ 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법대 출신에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강조해온 노 장관 개인 스타일이 향후 통신규제 철학에 어떤 식으로 반영돼 나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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