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남북과기협력 이끄는 채영복 한국과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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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과학기술사에 기록될 중요한 사건입니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간 평양 인민궁전에서 남과 북, 그리고 일본, 미국, 중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과학자가 한 자리에 모인 ‘민족과학기술토론회’가 개최됐다. 우리 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채영복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69)은 이번 만남을 가리켜 이렇게 함축했다. 남과 북의 과학자들이 제3국이 아닌 한반도에서 만난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동안 슈퍼옥수수 기술 이전 등 산발적인 교류는 있었지만 전면적인 과학기술협력은 변화무쌍한 국제 정세와 남북 간 미묘한 긴장관계로 안개 속에 가려 있었던 게 사실. 이번 3박 4일간의 평양 방문 기간 동안 대표단은 민간 주도의 학술 모임을 통해 ‘정기적인 남북과학기술교류행사 개최’ ‘남북과기협력센터 설치’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처리하는 열쇠를 가져온 셈이다.

 채 회장은 “기대만큼 걱정도 컸지만 베이징을 거쳐 항공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대표단을 리성욱 민족과학기술협회장(국가과학원 부원장)이 비행장까지 나와 직접 맞았을 정도로 큰 환영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로 치면 과기부 차관에 해당하는 변영립 국가과학원장도 토론회에 나와 “(과학기술의) 승패는 사람에 달렸다”며 지속적인 과학자 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민간 과학자들의 토론 열기는 더욱 뜨거웠다. 이틀간 열린 세미나에서는 북한 과학자 100여 명과 손동식 중국조선족과학기술자협회 회장, 송기뢰 재미동포과학기술협회 회장, 재일동포 과학자인 양영부 박사 등 해외동포, 그리고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 성굉모 서울대 교수 등 우리 측 과학자 20여 명이 정보기술분과, 나노기술분과, 생물공학분과, 환경공학분과로 나뉘어 지칠 줄 모르고 토론을 벌였다.

 채 회장은 “북한 과학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는데 어떤 분야는 어찌나 심층적인 질의를 하던지 우리 과학자들의 답변이 막힐 지경”이었다며 “DNA조작을 통한 농산물 품종 개량이나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 제초제 등 특수 분야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오는 7월 18일 과총 40주년 기념 행사로 서울에서 열리는 ‘한민족과학기술자회의’에 북한과학자를 초청했다. 첫 단추를 꿰었으니 올해부터 과학자들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만나는 정기 학술 모임도 만들 요량이다.

 “통일이 돼야 하지 않겠어요? 통일을 대비하자면 북한 경제가 지금보다 발전해야 하고 경제 성장이 되려면 과학기술이 밑거름이 돼야 합니다.”

 “남북과기협력의 물꼬를 트는 일을 소임으로 삼겠다”는 채 회장의 말에는 통일 시대의 주춧돌을 놓는 심정인 듯 비장함이 서렸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etnews.co.kr

 사진=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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