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400만명. 우리나라 3분의 1 크기에 불과한 면적. 영국 서쪽에 있는 섬나라. 바로 아일랜드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이 나라는 유럽 20여개국 중 국민소득이 4위를 기록한 유럽의 부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달한다.
‘유럽의 변방’으로 불렸던 아일랜드가 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와 정보기술(IT)로 새로 무장하고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곳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있는 ‘디지털 허브’ 단지다.
디지털 허브는 일종의 IT 기반 산업 클러스터. 개발을 주도하는 아일랜드 투자개발청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9에이커에 달하는 허브 구역을 디지털 기반으로 전면 바꿀 계획이다. 지금까지 전체 디지털 허브 부지 중 2에이커가 개발됐다.
지난 2001년 처음 문을 연 이곳에는 50여개의 크고 작은 벤처가 밀집돼 있다. 참여 업체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SW에서 하드웨어(HW)·디자인·콘텐츠·인터넷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이곳에 밀집해 시너지를 올리고 있다. 주변의 공공기관·학교·연구소와 연계해 거대한 정보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허브 개발 에이전시 멜리사 미한 마케팅담당 이사는 “디지털 허브는 수도 더블린, 나아가 아일랜드의 미래 정보사회를 시험하고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정보화 단지”라며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 초고속 네트워크와 첨단 IT기술, e러닝과 같은 유비쿼터스 기반 비즈니스 모델, 정보 허브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첨단 사업모델을 시험해 보고 이를 검증하는 테스트베드(시험 무대) 역할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개발한 상품과 기술은 그만큼 시행착오를 줄여 ‘타임 투 마켓’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주요 국가, 특히 정보화에 관심이 높은 나라에서 방문이 잦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국회의원과 공무원, 주요 기업 임원이 자주 찾는다고 귀띔했다.
아일랜드가 정부 주도로 SW와 IT로 산업 기반을 바꾼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아일랜드는 20년 전만 해도 ‘유럽의 경제 지진아’라는 오명을 입을 정도로 경제 기반이 취약했다. 유럽 내에서도 빈국 중의 빈국이었다. 신교·구교 등 종교와 영국 본토민과 민족 갈등 등 내부 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자국 인구는 400만명이지만 해외 거주 인구가 7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이민자도 많았다.
경제적인 핸디캡도 컸다. 동유럽 국가에 비해 인건비가 비싸 주요 기업이 투자를 꺼렸다. 섬나라여서 물류 인프라도 신통치 않아 해외 기업도 진출을 주저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유럽 국가 중 영국과 함께 언어가 영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아일랜드는 마스터 플랜을 통해 산업 기반을 바꾸기 시작했다. 투자 기업에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등 공격적인 외자 유치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 결과 앞다퉈 글로벌 기업이 진출하면서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지금은 유럽 주요 국가가 부러워하는 신흥 부국으로 성장했다.
인텔·HP·델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유럽 헤드쿼터는 대부분 아일랜드에 있다. 이곳의 마이크로소프트 생산 공장에서는 전 세계 MS 윈도 운용체계 패키지 제품의 90%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등이 투자 우선지역으로 꼽은 상태다.
제도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불과 20년 사이에 무섭게 성장한 아일랜드가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SW·콘텐츠·IT 등을 주력 사업으로 꼽고 유럽의 정보화 허브로 비전을 다시 세우고 있다. 이미 전체 경제에서 IT 비중은 25%로 올라섰다.
수도 더블린의 디지털 허브 단지는 IT강국 아일랜드를 위한 출발점이다.
더블린(아일랜드)=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