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 기업은 대표자 역할이 회사의 흥망성쇠를 가름하는만큼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성대표자는 남성대표자보다 상대적으로 휴먼네트워크가 약하다. 여성 리더가 남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그 이유다. 약한 휴먼네트워크는 기업 매출부진으로 이어진다.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돼 있고 뛰어난 기술력이 있는 여성 대표자도 제대로 된 판로조차 개척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경영권을 넘기거나 영업전담 CEO를 별도로 영입하는 일을 수없이 봐 왔다. 그러므로 남성기업과 여성기업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한다면 여성기업이 뒤처지는 것은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여성기업인은 함께해야 한다. 여성기업인 수가 많아져서 기업을 굳이 여성기업, 남성기업으로 나누지 않을 환경이 된다면 별문제 아니겠지만 현재 실정은 그렇지 않다 보니 협업으로써 각 회사의 단점을 보완해 공동개발·협업판매·공동브랜드 등의 전략을 세워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야 한다.
경영권을 넘기거나 여성만이 할 수 있는 분야로 업종을 전환하는 것은 진정한 타개책이라 할 수 없으며 현재 환경에서 경쟁해 뿌리를 내리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여성기업이 탄생할 것이고 이러한 탄생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여성기업인이 우리 주변에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여성기업인이 협업할 수 있는 발판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풍부한 휴먼네트워크가 있다면 일개 단체나 사회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시장생리에 따라 이합집산하게 될 것이다. 신생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같이 만나야 한다. 만나야만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대화의 통로에서 협업 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모든 여성단체는 리더스포럼이나 멘토링, 취업캠프 등으로 만남의 장을 주선하고 있다. 그러나 적은 예산으로 고심하고 있으며 소기의 성과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여성기업인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하나의 시스템이 시작해 뿌리내리기 전에는 중복투자라도 해서 활성화해야 하는 것이며 이후 시스템을 재정비하면 되는 것이다. 투자 타당성을 따져보는 평가단조차도 구성원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사실상 당위성 문제를 설명해 예산을 받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여성기업 또는 여성인력에 대한 투자 없이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한다.
둘째는 여성단체 조직이 수도권 기업만 활발하게 참여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지방분권화 실정에 맞춰 지방과 수도권을 잊는 연계조직을 갖춤으로써 대응해 나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러한 연계의 중심역할도 현재로서는 여성기업 단체만이 할 수 있는 일이며 이 부분에 각 단체도 집중해야 한다.
셋째는 해외 시장개척단 및 전시회에 참여함으로써 세계 여성기업과 손잡고 해외 수출 물꼬를 터야 한다. 정부는 이 부분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여성기업은 단체를 이루어 참여하고 해외 여성기업과의 연계에 좀더 체계적으로 접근, 소기의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양한 만남의 장을 가진다면 상대국가의 시장상황 파악하기도 수월할 것이며 맞춤형 제품을 개발할 아이디어를 찾거나 개발한 제품을 수출할 길도 열릴 것이다.
‘사람이 곧 돈이고 미래다’는 말을 믿으며, 사람이 하는 일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신뢰해 주고 어려움도 털어놓을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다. 주변에 사람이 없이 고립된 사람이 성공하는 예를 본 적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독자노선을 추구하지 말고 여성들 속으로 나와 여성과 함께 성장 발전해야 할 것이다.
◆박덕희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장 dhpark@nforyo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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