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한·미 FTA와 남북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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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3일 한·미 FTA 협상 개시가 발표되고 한 달 뒤인 3월 6일 한·미 FTA 예비협상이 개시됐다. 정부는 한·미 FTA 협상을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재야·시민단체와 노동운동·농민운동단체 등은 지난달 28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을 선언해 양측 간의 심각한 격돌이 예상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21세기 우리나라의 미래전략을 좌우할 만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이는 중요한 경제정책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외교안보와도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으며, 향후 한반도 주변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이다.

 노무현 정부는 최근 자신의 정체성을 ‘좌파적 신자유주의’라고 규정하는 데서 역설적으로 드러나듯이 좌와 우를 오락가락하면서 대단히 혼란스러운 정책행태를 보여왔다. 북핵문제는 교착 상태에서 서둘러 봉합함으로써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경제문제에 관해서는 좌파 성향을 띠지만 실제로는 어설픈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해 나감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혼란과 분열을 가중시켜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향후 우리나라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판단된다. 물론 한·미 FTA는 분야별 쟁점으로 들어갔을 때 민감한 사안과 이해당사자가 많기 때문에 지혜롭게 접근해야 하고 단 하나의 문구로 수천억, 수조원의 손해와 이익이 갈리기 때문에 대단히 치밀하고 다부지게 협상할 것이 요구된다.

 한·미 FTA 는 최근 수년 동안 북핵문제·북한문제 접근과정에서 균열돼 왔던 한·미 동맹문제를 보완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된다. 북핵문제·북한문제와 관련해 지금처럼 실질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 수를 확대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 미국 간 위폐문제·마약문제 등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한·미 간에 지속적으로 이견을 보인다면 향후 동북아 정세는 대단히 위태로워질 것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일본의 경제봉쇄와 남북경협의 더딘 진행 속에서 경제발전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자의반 타의반 중국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도 향후 동북아 질서의 변동 과정에서 미국·일본의 헤게모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친중국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같은 상호 필요에 따라 북·중 간 상호협력, 특히 경제협력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긴밀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미 FTA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발족 선언문에서 한·미 FTA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양 날개며, 나아가 이 둘은 한반도를 중국을 포위하는 새로운 아시아 지배전략의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미국의 새로운 세계 지배전략의 핵심이라며 역사의 이름으로, 국민의 힘으로 전 국민적 항쟁을 준비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에는 영화인대책위·농축산대책위·교수학술공대위·시청각미디어대책위와 민주노총 등 노동계, 전교조 등 교육계, 참여연대 등 진보적 시민단체가 총망라돼 있다.

 정부와 여당이 이 같은 좌파적 시민단체와 노동운동·농민운동단체 등 이해집단세력의 대중적인 여론몰이에 굴복해 한·미 FTA가 좌절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대단히 암울해질 것이다. 따라서 뜻있는 사람들과 단체들은 충실한 내용으로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 haewooko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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