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파운드리 파상 공세
세계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이들을 겨냥한 중국과 대만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의 파상적인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화권 파운드리 업체들은 과거 한국의 디자인하우스를 지정, 영업에 나섰던 소극적 전략에서 탈피, 본사에서 직접 국내 팹리스를 찾아와 가격과 납기·지적재산권(IP) 문제 등에서 최상의 조건을 약속하며 한국 수요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실리콘 매뉴팩처링 인터내셔널 코퍼레이션(SMIC)과 그레이스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코퍼레이션(GSMC), 싱가포르의 채터드 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CSM), 대만의 타이완 매뉴팩처링 코퍼레이션(TSMC) 등 중화권 파운드리 업체가 최근 들어 국내 팹리스를 직접 찾아와 영업을 진행하며 저렴한 가격으로 개발·시제품 단계부터 지원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들은 국내 파운드리서비스 업계가 꺼리는 시제품 제작을 국내업계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시제품 제작 고객을 양산 고객으로 연결해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특히 중화권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익이 많은 양산제품에만 관심을 보였던 예전과 달리, 시제품 단계에서부터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저가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0.18㎛ 공정을 이용하는 시제품 제작은 일반적으로 20만달러를 웃돌지만, 중화권 업체들은 최근 10만∼12만달러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제품 제작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양산물량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겠다는 장기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본사에서 국내 팹리스를 직접 찾아와 영업을 하는 것은 물론 이고 제품 개발단계에서부터 지원하며 국내 팹리스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해 말 에이디테크놀로지를 디자인하우스로 선정하면서 국내에서 두 개의 디자인하우스를 보유하게 됐지만, 올해 국내 지사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은 “중화권 파운드리 업체들이 경쟁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팹리스 업계에는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의 기회로 작용하겠지만, 실제 선택여부는 다양한 방면에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내 팹리스 업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국내 파운드리서비스 업계는 시장 수성에 비상이 걸렸다. 동부일렉트로닉스·매그나칩반도체·삼성전자 등 국내 파운드리서비스 업계는 토털솔루션 제공이나 맞춤형 서비스, 국내 팹리스 업체 투자 등을 통해 이들 중국 및 대만 업체의 파상공세에 맞불을 놓는다는 전략이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