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권 파운드리 업체들이 국내 팹리스를 찾아오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제품에 적합한 파운드리를 찾기 위해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파운드리를 찾아가야 했으나, 이제는 이들이 국내 팹리스를 찾아오는 시대가 됐다. 연간 1억개 이상 대량 공급을 하는 국내 팹리스 업체가 많아진데다 이들을 이을 가능성이 있는 업체도 늘어나는 등 산업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덕이다.
“2년 전에는 물량이 적다고 만나주지도 않던 TSMC에서 얼마 전 본사 사람까지 찾아와 가격을 깎아줄 테니 자기네 파운드리를 이용하라고 권했습니다. 국내 팹리스 산업의 성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팹리스 CEO의 이 말은 최근 한국 팹리스를 둘러싼 파운드리 경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중화권 파운드리의 경쟁 체제로 팹리스 업체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으나, 반대로 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에는 위협 요소로 작용해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활로 마련이 시급해졌다.
◇중화권 파운드리 업계의 미끼 전략=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코아로직과 같은 규모가 큰 팹리스 업체만 중화권 파운드리의 타깃이 된 것이 아니다. 연간 매출 200억∼300억원대의 중소 팹리스 업체까지 공략 대상으로 떠올랐다.
성장 초기부터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며, 시제품부터 지원해 양산 물량을 확보한다는 전략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TI와 같은 해외 업체의 대규모 물량을 주로 생산하는 국내 파운드리가 시제품 생산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화권 파운드리는 이미 현지에서 많은 팹리스 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시제품 생산에 효율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시제품을 생산할 때 적당한 파운드리를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던 국내 팹리스 업체들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선뜻 손을 잡기에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시제품 생산이 미끼가 돼, 양산 물량에서는 많은 비용을 지급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팹리스, 선택은 조심스럽게=팹리스 업계에서는 이들의 경쟁이 선택폭을 넓게 한다는 점과 가격하락 등 여러 가지 이점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보다 시제품을 제작해 보는 것이 더 좋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규모가 작은 업체는 한번 시도할 때마다 몇억원 비용이 소요되는 시제품 제작에 소극적이다. 이 때문에 중화권 파운드리의 저가 시제품 제작 정책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팹리스 업체는 시제품 가격이나 납기 문제만을 보고 쉽게 선택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물류 문제도 고려해야 할 요소인데다 제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지적재산권(IP)을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 강화하는 국내 파운드리, 위기감 고조=국내 파운드리도 국내 팹리스 고객 확보를 위해 시제품 제작에 팔을 걷어붙인 상황이다.
동부일렉트로닉스와 매그나칩이 국내 팹리스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은 물론이고 삼성전자까지 0.35∼0.13㎛ 팹을 개방해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화권 파운드리 업체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이들 국내 파운드리 업체에 가격정책을 비롯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한 팹리스 업체 사장은 “국내 파운드리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꼭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며 “중화권 파운드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팹리스가 잘 활용할 수 있는 IP를 잘 갖추는 것도 관건이 되기 때문에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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