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선거 국면에다 방송·통신 융합 논의와 관련된 주요 정책기관의 인사이동 등이 맞물려 방송·통신 융합 논의는 소강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케이블TV도 업계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는 케이블TV방송협회가 오지철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신임회장으로 맞이하고 새로운 회장단을 구성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나 자신도 신임 회장단 구성에 따라 SO협의회장직을 대과 없이 마치게 됐다.
지난 12년간 업계에 몸 담아온 한 사람으로서 회고해 보면 참으로 많은 일을 겪었던 것 같다. 디지털 전환과 함께 제2 도약을 다짐하고 있는 케이블TV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원한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케이블TV발전 전략은 어떤 것인가.
케이블TV는 사업 초창기만 해도 전파 및 기술적 한계에 기인한 진입 규제로 사업권 획득이 비즈니스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Pipe is King’인 시대를 지나서 기술발달은 주파수 희소성에 대한 프리미엄을 줄이면서 다매체 환경을 조성해 냈고, 이 같은 환경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경쟁의 핵심요소로 화려하게 등장시키는 역할을 해냈다. 불과 몇 년 전 ‘Content is King’이라고 외치는 시대가 시작됐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한 논리다. 그러나 이미 케이블TV보다 일찍이 산업적 기반을 형성하고 좀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산업군에서는 이보다 앞서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한 개별적인 관계 형성을 산업역량의 핵심요소로 꼽고 있다.
이미 맞춤형 서비스가 사회 전반적으로 주요 테마로 등장한 지 오래다. 케이블TV도 디지털 전환과 함께 고객 맞춤형서비스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 케이블TV 11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한 토론자가 “아날로그 상품의 마케팅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것이었다면, 디지털 상품의 마케팅은 낚시로 물고기를 한 마리씩 낚아 올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던 의견에 크게 공감한 바 있다.
시장은 이렇게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데 케이블TV산업이 고객을 대하는 인식은 어떠한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각종 광고나 전단지 하나만 살펴봐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또 하나의 가족’ ‘사람을 향합니다’ ‘Have a good time’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 슬로건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진 지 오래다. 반면 많은 케이블TV사업자의 광고 전단지에는 ‘초고속 인터넷 가격인하, 계좌이체 필수’ 등의 안내문이 아직도 주류를 이룬다. 기업의 문화를 대변하고 케이블이 본질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포장이 미숙하다. 방송·통신 융합 환경의 도래로 이제 이들 거대 기업과의 일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케이블TV의 이미지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회고해 보면 정책적 미비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제대로 성장해 오지 못한 케이블TV가 산업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 불과 2∼3년이 지났을 뿐이다. 그러나 시장의 경쟁자와 소비자는 이 같은 변명을 이해해 주려고 들지 않는다. ‘Customer is King’은 이제 구호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케이블TV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대한 노력과 TPS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 합리적 경영 등의 필수 요소와 더불어 핵심과제로 가져가야 할 일이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미래 비전을 읽어내는 업계의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유재홍 전 한국케이블TV방송국 협의회장 jhlew@kc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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