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그것도 우리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인 수출산업에 대해서다. 민간경제단체·연구기관은 물론이고 학술대회에서까지 수출산업의 위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수출과 함께 내수의 동반침체까지 경고하는 곳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환율하락, 고유가, 원자재가격 상승, 해외 경쟁사의 집중적인 공략 등 주변 환경은 온통 악재뿐이다. 환율하락은 수출비중이 높은 IT업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달러에 대한 원화 강세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엔화에 대해서도 우리 돈 가치가 빠른 속도로 치솟는다는 점이다.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1년 남짓 사이 22%나 상승하면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마저 타격을 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수출품도 ‘가마우지 경제’로 비유될 정도로 남 좋은 일만 해주는데다 경쟁업체의 역공으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가격인하 전략은 노골적으로 우리 업체를 겨냥하고 있다. 수출국에서 잇따르고 있는 반덤핑 조치도 부담 요인이다.
수출이 주춤하면 우리 경제는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만 해도 70%에 육박했다. 아직 수출이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수출산업이 위기라니 기업들이 비상경영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즐겨 쓰는 ‘위기 경영술’이면 좋으련만 최근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그간 기업 경영자들은 긴장감을 부추기기 위해 입만 열면 ‘위기의식’을 강조했지만 지금은 “세계 초일류로 도약하느냐 몰락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할 정도로 생존을 걱정하는 초조함마저 감지된다. 정부가 경기 호전을 알리는 각종 지표를 내놓고 있지만 경제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사뭇 심각하기만 하다.
물론 위기 요인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그것을 ‘비관론’이라고 뭉개버리는 나라는 실패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성공한다. ‘잃어버린 10년’에서 벗어난 일본은 한국 경계를 절묘하게 활용한다. 최근 다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추월을 허용했었던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반격하기 위해 계획한 ‘히노마루 반도체 연합’도 그런 전략으로 탄생한 것 중 하나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 부시 대통령조차 올해 국정연설에서 중국과 인도 등 특정국가를 노골적으로 ‘새로운 경쟁국’이라고 지칭하면서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지만 자만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채찍질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노무현 대통령은 그저께 상공인 대상 특강에서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니까 저도 그렇게 믿고 있고, 조금 자신 있게 말하면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적어도 특별히 실수하지 않으면 앞으로 수년간 과거 98년이나 2002년, 2003년 때와 같은 심각한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의 위기론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직장인들의 일자리를 잃게 했던 IMF 사태 같은 게 터져야 위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간 위기 얘기만 나오면 ‘비관론 조장’으로 몰아친 것을 생각하면 더 그러하다. 조금이라도 조짐이 있으면 경계심을 보이는 미국에 비하면 너무 안이하다. 성장잠재력이 크게 위협받고 환율마저 떨어지는 현재 상황에서 위기 가능성조차 생각하지 않는 우리 현실이 보통 위기가 아니다. IMF 사태가 사전 경고를 무시한 데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하면 지금 ‘수출의 위기’ 경고도 그냥 흘려서는 안 된다.
◆윤원창 수석논설위원 wcy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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