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단말기 보조금 지급 내역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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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원이 시작된 27일, 각 통신 사업자가 정보통신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입 연한과 사용액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준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지급대상 가입자 가운데 사업자를 옮기는 전환 가입자는 법 취지대로 동일한 가입기간·사용요금이라도 해당 사업자를 유지하는 고객보다 적은 혜택을 받게 됐다. 보조금 규모는 사업자·가입기간·사용요금에 따라 최고 6만원까지 차이가 나지만 가입비와 마일리지 공제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기존 시장구도가 유지되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의 치열한 시장 탐색전이 이어질 전망이다. 또 한달 뒤 본격적인 제도 정착기에 접어들면 보조금 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겉은 비슷, 속내는 달라”=3사의 약관은 전반적으로 사업자·가입기간·사용요금에 따라 보조금 지급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가입 회사를 유지한 채 단말기만 바꾸는 기기 변경은 사업자와 사용기간·사용요금에 따라 6만원까지 격차가 있지만 전환 가입자는 동일한 혜택을 보기 어렵다.

 더욱이 동일한 가입조건을 가진 SK텔레콤 고객이 KTF·LG텔레콤으로 옮기려 할 때에도 4만원 적은 보조금에다 가입비 3만원 부담은 물론이고 마일리지도 포기해야 한다. 결국 신규 가입자보다는 기존 가입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새 제도의 취지가 약관에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양환정 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사업자별로 차이는 나지만 가입비와 마일리지 문제가 있어 예전처럼 가입자 유치 경쟁을 위해 보조금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번에 공개된 3사의 보조금 지급 수준은 비슷하지만 속내를 보면 각사의 차별적인 영업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사 모두 보조금 비용 부담은 줄이면서도 가입자 유치·유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단적인 예가 우량 가입자군에 속하는 월 사용 요금 7만원 이상 고객에 대한 보조금 지급 수준이다.

 SK텔레콤은 가입기간에 따라 최고 1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에 KTF는 20만원, LG텔레콤은 21만원을 각각 지원키로 했다. 후발 사업자가 SK텔레콤의 우량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쓰겠다고 공언한 것.

 반면에 SK텔레콤은 5만원 미만 가입자에게 후발 사업자보다 최고 4만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가입자 유치전의 표적이 되는 우량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초반 기선을 잡겠다는 SK텔레콤의 전략과 소액 요금 가입자 대신 우량 가입자를 끌어오겠다는 후발 사업자 구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시장 영향과 향후 전망=사업자마다 보조금 지급 규모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만큼 기기 변경 가입자가 수혜를 얻는 가운데 기존 시장 구조를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종인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사업자가 정확히 얼마나 추가 부담해야 하는지 앞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은 먼저 나서기 어려운 게임 이론의 상황”이라며 “현상 유지”를 점쳤다.

 그러나 출혈 경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가입비나 마일리지 공제를 감안하면 현재 공개된 보조금 지급 수준이 이른바 사업자를 옮기는 전환 가입자 유치에는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달 동안의 탐색전에서 보조금 올리기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월 사용 요금 7만원 이상 가입자는 더 많은 보조금을 지원하는 KTF·LG텔레콤 수준으로 수렴되는 한편, 5만원 미만 가입자의 보조금 수준은 SK텔레콤과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합법 보조금 외에 그동안 관행적으로 유포돼온 리베이트 형태의 불법 보조금이 기승을 부릴 때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정해진 합법 보조금 규모는 유지한 채, 지금까지의 마케팅 비용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새 보조금 제도가 결국 사업자의 투자 축소 등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수준이 하루 빨리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특히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지 않도록 철저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통부·통신위원회가 마련중인 과징금 제도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법행위 여부에 철저히 기준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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