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더 이상 난공불락의 시장이 아니다.’ ‘게임종주국’ 미국이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파상공세에 의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마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승승장구하며 미국 본토에서 코리아의 깃발을 휘날리듯 ‘게임코리아號’가 세계 게임 시장의 중심, 미국에서 서서히 그 빛을 발하고 있는 것.
특히 PC·콘솔 등 패키지가 주류를 이뤘던 미국에 최근들어 온라인게임이 붐을 이루면서 ‘(온라인)종주국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국내 업체들의 ‘어메리칸 드림’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어 더욱 고무적이다.
미국은 게임종주국으로서 현재 일본과 함께 세계 게임 시장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내로라하는 게임업체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시장 규모가 워낙 방대해 국내 게임업체들에겐 ‘꿈의 무대’로 간주돼 왔다.
그런만큼 세계 수준의 퀄리티를 갖추지 않고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탓에 오랜기간 ‘못오를 산’으로 여겨져왔다. ‘리니지’로 한국시장을 평정한 엔씨소프트가 2000년 5월 현지법인(엔씨인터랙티브)까지 설립하며 미국 시장에 도전했으나, 번번히 시행착오를 겪어야했던 것이 이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글로벌 히트상품’ 온라인게임의 열풍이 아시아권을 휩쓸고 미국 대륙에 상륙하면서 굳게 닫혀있던 미국시장의 틈새가 열리기 시작한 것.
특히 온라인 시장 형성의 필요 충분조건인 브로드밴드 통신망이 수 년전부터 빠른속도로 미국 전역으로 확대 보급되면서 온라인게임 저변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전문 리서치기관인 팍스어소시에이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15억달러를 돌파하고, 2008년경엔 이보다 두배 늘어난 30억달러 이를 전망이다. 이에따라 선두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국내 온라인게임업체들이 미국 시장 공략에 바짝 고삐를 당기고 있다.
# 꿈의 매출 1억달러 시대가 현실로
2001년 5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400여억원을 주고 ‘울티마온라인’ 개발자인 개리엇 형제를 영입해 한국은 물론 미국 게임계를 떠들썩하게했다. 이듬해 겨울엔 개발사인 ‘아레나넷’을 전격 인수, 다시한번 세상을 놀라게했다.
엔씨는 이후 미국시장에 여러차례 도전을 시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건 2004년 무렵의 얘기다. 엔씨는 작년 4월과 10월 각각 ‘길드워’와 ‘시티오브빌런’을 선보인 이후 북미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년 4분기에만 262억원의 매출을 달성, 북미 매출이 전체 매출 대비 27%로 껑충뛰었다. 다른 해외 모든 지역을 합친 것보다 많다.
현재 엔씨가 미국에서 서비스중인 온라인게임은 ‘리니지’ ‘리니지2’ ‘시티오브히어로(COH)’ ‘길드워’ ‘시티오브빌런(COV)’ 등 5개. 이 가운데 2004년 상용화에 들어간 ‘리니지2’가 작년말 기준으로 2만8000여명의 동접을 기록하고 있으며, ‘COH’는 월 19만여명의 유료 회원에 동접이 2만3000여명에 이른다.
최근 미국AIAA(Annual Interactive Achievement Awards)로부터 올해의 게임부문상을 수상한 ‘길드워’도 작년 4월 서비스 이후 꾸준히 북미PC게임판매순위 선두권을 유지하며 계정수가 12만7000여개에 달한다. ‘COV’ 역시 전작인 ‘COH’ 못지않은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엔씨는 올 하반기에도 기대작인 FPS(1인칭슈팅게임) ‘오토어썰트’와 개리엇 형제가 수 년간 공들여 개발중인 MMORPG 역작 ‘타뷸라라사’의 전격 상용화가 예정돼 있는 등 추가 라인업이 탄탄해 올해 미국 매출만으로도 사상 처음 1억 달러를 돌파하는 신화를 창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출 6년만에 꿈을 현실로 만드는 셈이다.
# 꿈의 무대속으로 Go Go!
엔씨소프트의 아메리칸 드림이 점차 가시권 내로 진입하고, 미국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에 자극받은 주요 게임업체들의 움직임도 최근 부쩍 빨라졌다. 이미 일본 게임포털 시장을 평정한 NHN(대표 최휘영)은 중국(아워게임)에서의 실패를 거울 삼아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 올해 안으로 서비스 론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N은 김범수 해외부문사장의 진두지휘아래 미국시장 선점에 역량을 집중, 장차 한국·일본·미국·중국을 잇는 글로벌 게임포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SF MMORPG ‘RF온라인’을 내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고삐를 당기고 있는 CCR(대표 윤석호)은 이달초부터 미국시장서 본격 상용화에 돌입했다. ‘RF온라인’은 현지 게임인기 챠트 톱10에 포함되는 등 초반에 좋은 반응을 모으며 초도 물량 3만여개가 이미 다 소진된 상태이다.
윤용화 CCR 홍보팀장은 “SF란 독특한 세계관 이 본고장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소재”라며 “특히 영국계 글로벌 퍼블리셔인 코드마스터즈의 운용능력이 뛰어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뮤’ 후속으로 풍부한 신작 라인업을 확보한 웹젠(대표 김남주) 역시 오픈 베타서비스를 앞둔 블록버스터 MMORPG ‘썬’과 FPS기대작 ‘헉슬리’ 등으로 올 하반기 미국 시장에 본격 상륙할 계획이다. 웹젠은 특히 콘솔이 강한 미국 시장 특성에 맞춰 온라인과 콘솔 듀얼 플랫폼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열혈강호’ ‘영웅’ ‘귀혼’ 등 삼두마차를 내세워 메이저업체로 재도약한 엠게임(대표 박영수)은 이미 2004년말 상용화(부분유료화)에 착수한 ‘나이트온라인’으로 미국 시장 연착륙에 성공한 상태. 이 게임은 현재 200만명의 회원수를 확보하고 동접 4만명을 기록중인데, 꾸준한 업데이트로 동접 10만명대로 끌어올린다는 게 엠게임측의 목표다.
이 밖에도 넥슨·한빛소프트·네오위즈 등 메이저 개발 및 퍼블리셔와 ‘오디션’으로 중국시장서 돌풍을 몰고 있는 이모션 등 중소·중견업체들까지 미국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업체가 급증하는 추세다.
# 또 다른 ‘아메리칸 드림’ 나스닥
한국의 온라인게임이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수확기로 접어들면서 현지 게임 퍼블리셔들은 물론이고 투자가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이에따라 주요 메이저업체들의 나스닥 상장이 물밑 추진되고 있어 전 세계 벤처기업들의 꿈의 무대라는 나스닥에 머지않아 ‘코리안 테마군’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한 국내 게임업체는 웹젠, 그라비티, 와이더댄 등 세 곳이다.
현재 미국 시장 진출과 함께 나스닥 상장을 물밑 추진 내지는 검토하고 있는 게임업체가 상당수에 달한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 확보와 미국 진출로 인해 수반되는 자금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선 나스닥 상장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나스닥을 향해 뛰고 있는 주요 기업군에는 끊임없이 국내외 상장설이 흘러 나오고 있는 넥슨을 비롯해 ‘프리스타일’ 개발사 제이씨엔터테인먼트, 국내외 듀얼 상장을 목표로 IPO를 추진중인 엠게임 등이며, 메이저 개발사나 서비스사 중 상당수가 나스닥 입성을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나스닥 진출을 추진하는 업체가 많다는 얘기는 그만큼 게임왕국 미국에서 한국 게임업계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국내 게임업계의 ‘아메리칸 드림’이 더 이상 꿈만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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