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기업들은 지금 변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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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와 IBM 등 전통 시스템 기업이 최근 HW보다 SW와 서비스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은 고객사 IT인프라를 모니터링하는 IBM의 글로벌 관제센터.

 ’도대체 주력제품이 뭐야?’ 서버와 스토리지 등 시스템 기업의 색깔이 바뀌고 있다. 한국IBM·한국HP 등 주요 기업은 3, 4년 전부터 서비스와 소프트웨어(SW) 사업강화에 주력한 결과 일부 기업은 SW·서비스 매출이 하드웨어(HW) 매출을 넘어서는 등 사실상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사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전통 시스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다.

 ◇한국HP·한국EMC, 서비스 매출 급증=한국HP와 한국EMC는 최근 가장 빠르게 HW 중심에서 SW와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회사다.

 한국HP는 지난해 대법원·학술정보원 등 IT서비스관리 시장의 80% 이상을 휩쓸었다. 특히 KT SI사업단이 발주한 개발 방법론까지 수주하면서 서비스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났다.

 한국EMC도 스토리지 업체 중 처음으로 서비스·SW 부문이 HW 매출을 역전하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

 박명수 한국EMC 서비스총괄 전무는 “서비스와 SW 부문 매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23% 성장한 데 이어 올해는 25%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별도 SW 영업인력 충원 없이 매출 성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순익을 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썬도 지난해 말 서비스와 솔루션 총괄 담당으로 정재승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서비스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부사장은 “벤더 간 HW 성능 차가 크지 않아 서비스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비스와 컨설팅 부문에서 전년 대비 매출이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유니시스도 지난해 금융결제원·LG카드에 각각 퇴직연금과 카드 부정사고 방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금융 솔루션 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서비스사업 돈 된다=시스템 업체들이 아웃소싱·서비스·컨설팅·SW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수익 때문. 시스템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단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 찾은 돌파구가 서비스와 SW라는 설명이다.

 특이한 현상은 이익률뿐만 아니라 매출도 서비스와 SW 부문이 HW 부문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 한국IBM에 이어 한국HP도 올해를 기점으로 서비스와 SW 매출 비중이 5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한국IBM은 지난해 매출 집계 결과 서비스 분야 매출이 분야별 매출 순위에서 처음으로 1위 자리를 꿰찼다.

 이경조 한국IBM 전무는“글로벌 매출 비중을 보면 서비스와 HW, SW가 각각 48%, 32.3%, 15.7%인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HW 매출이 많기는 하지만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망=올해 컴퓨팅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사전진단 컨설팅 시장이다. HW·SW 등 제품 공급 차원을 넘어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SOA)·정보수명주기관리 등 큰 그림에서 전산 시스템을 진단하고 이에 따른 구축 방법론을 제시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

 중견·중소기업 시장 공략도 한층 강화하고 있다. 효성인포메이션 등은 이를 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솔루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SW와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시행착오도 빚고 있다.

 한국IBM은 NHN 아웃소싱 계약을 맺은 후 지난해에 이어 이달 9일에도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이 나타났다.

 한국HP 측은 “기업 성격 자체는 SW와 서비스 기업으로 전환했는데도 일부 고객은 여전히 HW업체로 생각한다”며 “이미지를 바꾸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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