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겨울시즌 온라인 게임시장

온라인게임 시장 연중 최대 성수기인 겨울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겨울방학에서 봄방학으로 이어지는 겨울시즌은 한해 게임 시장 트렌드와 업계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잣대를 제공하는 시기다.

올해는 특히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MMORPG가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명의도용 사태로 온라인게임의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지만, 시장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지난 겨울 시즌을 테마별로 긴급 결산한다.

게임업계는 매년 겨울 시즌에 맞춰 베타 테스트를 실시하거나 신작을 발표한다. 기존 상용게임은 이 시기에 맞춰 대형 패치를 한다. 그 만큼 게이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시즌엔 그 어떤 해보다 신작 발표와 대형 업그레이드가 활발했다.

‘네트워크형 콘솔’의 새 시대를 열 것으로 평가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360’도 지난 2월 24일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플랫폼간의 영역마저 붕괴되면서 온라인게임 시장이 그야말로 격변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 겨울 시즌은 어떤 게임이 선전을 했으며, 어떤 기업이 또 울고 웃었을까.

# ‘GE’ 빅3 전쟁 서전 장식

지난 겨울 시즌의 대표적인 테마를 꼽으라면 단연 블록버스터 MMORPG들의 경쟁일 것이다. 제작기간만도 3년 이상 걸린 초특급 대작들이 약속이나 한듯 지난 겨울에 줄줄이 오픈하며 마치 별들의 전쟁을 연상케했다. 특히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GE)’, 넥슨의 ‘제라’, 웹젠의 ‘SUN(썬)’ 등 ‘빅3’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과 자존심 경쟁이 극에 달했다.

결국 ‘빅3’간의 1라운드는 ‘GE’의 판정승으로 결론났다. 2월14일 오픈베타에 들어간 ‘GE’는 참신한 게임성과 김학규(개발총괄) 사단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다음날 오픈한 ‘제라’를 따돌리고 동시접속자 수 7∼8만명 대에 올라서며 본격적인 인기몰이에 나섰다.

당초 ‘GE’와 접전이 예상됐던 ‘썬’은 프리오픈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으나, ‘GE’의 기세에 눌린데다 유저들로부터 게임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5월 이후로 오픈을 연기하는 등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다.

‘GE’의 독주로 귀결된 블록버스터 기대작 간의 경쟁은 ‘리니지’ 리니지2’ ‘WOW’ ‘로한’ 등 기존 ‘빅4’ 구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오픈 이후 동접 8만명대에 이르는 빅히트를 기록했던 ‘로한’은 대형 신작들의 오픈과 맞물리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용화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결국 이 게임 서비스업체인 써니YNK는 최근에서야 3월7일부터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퍼블리싱하는 ‘시티오브히어로’ 역시 지난 1월18일 오픈 이후 초반에 만만찮은 반응을 모았으나, ‘GE’와 ‘제라’의 오픈 이후 인기가 뚝 떨어지는 고충을 겪었다. 그러나, MMORPG 시장 저변이 크게 확대된 탓인지, 대형 신작들의 잇따른 오픈에도 불구, ‘리니지’ 등 기존 ‘빅4’의 동접 지표와 시장 지배력엔 의미있는 변화는 포착되지 않고 있어 향후 시장 추이가 더욱 관심을 모은다.

# 미들코어 캐주얼 RPG 급부상

미국 블리자드의 ‘WOW’ 성공 이후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 ‘캐주얼’이란 세글자다. 많은 개발사들이 더 이상 MMORPG로는 승산이 희박하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 여기에 국산 블록버스터 MMORPG가 줄줄이 오픈하면서 정통 MMORPG에 도전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래서 택한 것이 다름아닌 캐주얼적 요소와 RPG를 버무려놓은 듯한 미들코어 장르다. 캐주얼RPG는 정통RPG에 비해 유저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 지난 겨울 시즌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대표적인 게임이 지난 겨울 시즌을 겨냥해 엠게임이 작년 11월29일 오픈한 ‘귀혼’이다. 이 게임은 귀여운 캐릭터를 바탕으로 무협과 RPG, 캐주얼게임을 적절히 조화를 이뤄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다. 오픈 두달만에 최근엔 동접 8만명을 넘어서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넥슨의 비밀병기 ‘루니아전기’, KTH가 퍼블리싱하는 ‘큐링’, 야후게임이 서비스하는 ‘윈드슬레이어’, 액토즈의 ‘라테일’ 등이 이런 장르의 게임으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캐주얼 RPG의 지존으로 불리우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역시 지난 1월에만 14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는 초강세를 보였다.

미들코어 MMORPG는 지난 겨울시즌에서 드러났듯이 앞으로 국내 게임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특정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정통 팬터지 MMORPG에 비해 개발비가 저렴하고, 유저의 폭이 상당히 넓은데다 부분 유료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개발비만 100억원에 달하는 정통 MMORPG는 대형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많은 중소·중견 개발사들이 미들코어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액제는 MMORPG의 무덤(?)

캐주얼게임, 미들코어 RPG 등 고퀄리티 무료(부분유료화) 게임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면서 게임업계는 현재 정액제 딜레마에 빠져있다. 특히 정통 MMOPRG의 경우 밸런스 등의 문제로 단순 부분 유료화 방식의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2005년 1월 상용화한 ‘WOW’ 이후 정액제로 성공한 MMORPG가 없을 정도로 정액제는 MMORPG업계의 무덤으로 간주된다.

지난 겨울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정액제에 도전했던 ‘대항해시대’(CJ인터넷), ‘카발온라인’(이스트소프트), ‘구룡쟁패’(인디21) 등이 줄줄이 쓴잔을 마셔야했다. 각각 오픈베타 당시엔 동접 3만명을 넘기며 중박 이상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정액제 방식의 상용화 이후 무대 뒷켠으로 사라진 것이다.

‘구룡쟁패’의 경우 저가 정액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 상용화에 실패하며 최근 서비스권을 넥슨으로 넘기는 특단의 조치까지 단행했다.

하지만, 정액제는 성공할 경우 부분 유료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막대한 매출 창출이 가능한 매력이 있어 이에 대한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써니YNK가 ‘로한’을 1만9800원이란 중저가로 정액제 서비스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한빛소프트도 ‘GE’의 조기 정액제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웹젠도 현재로선 ‘썬’의 정액제 서비스가 유력시된다. 정액제가 MMORPG의 진정한 무덤인 지, 아닌 지 다시한번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 겨울엔 ‘초딩게임’이 ‘넘버원’

외출이 제한적이고 방학이 길고 긴 겨울 시즌은 청소년들에겐 게임하기에 최고의 계절이다. 특히 상급학교 진학 등이 맞물려있어 더욱 그렇다. 때문에 겨울 시즌엔 보통 10대 초반의 초등학생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이른바 ‘초딩게임’들이 강세를 나타낸다.

지난 시즌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0대들의 ‘바이블’로 간주되는 윈디소프트의 ‘겟앰프드’를 비롯해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비엔비’ 등 넥슨의 초딩 게임 3인방 등이 식지않는 인기를 과시했다.

삼성전자가 퍼블리싱하는 ‘던전앤파이터’도 상용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급 인기를 누렸다. ‘귀혼’ 등 10대 유저들이 많은 캐주얼 RPG도 겨울방학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전문가들은 “겨울시즌엔 모든 게임이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등 지표가 올라가게 마련이지만, 특히 초딩게임들의 반짝 강세가 돋보이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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