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수록 심해지는 한국기업 견제

 원화가치 급등으로 수출 타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각국의 통상 공세가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라 우리 기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호주 등이 덤핑이나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의 반도체 및 가전 업체에 강한 제재를 가하거나 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객관적이고 엄정한 법 집행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IT강국으로 부상한 우리 업체들을 견제해 자국 산업 및 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임직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사실상 우리 반도체 산업의 독주에 대한 복합 견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기업에 엄청난 벌금을 부과하고도 임직원 개인에게, 그것도 실형까지 내림으로써 현지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을 위축시키겠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EU가 한국산 양문형 냉장고에 고율의 잠정관세를 부과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미국·EU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로부터도 우리 전자산업에 대한 견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일본이 뒤늦게 하이닉스 D램에 상계관세까지 부과한 것을 고려하면 마치 하이닉스, 나아가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경쟁국의 고사작전에 휘말린 형국이다. 호주도 한국산 양문형 냉장고에 대해 덤핑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같이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에 대한 주요 선진국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 전자업체를 담합과 덤핑혐의로 조사하고 처벌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가격경쟁으로 점유율을 높여 가는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번에 담합이나 덤핑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반도체·냉장고를 비롯한 우리 수출품은 모두 세계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품목들이다.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경쟁기업으로부터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각국으로부터 수입규제 조치의 주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이 제재를 받더라도 가격경쟁으로 수출시장을 넓히는 게 이점이 더 많다고 여기는 것도 우리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만큼 우리 기업이 어느 곳에서든 불필요한 분쟁 발생이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전에 대응책을 강구해야 함은 물론이다.

 환율·유가 변수에다 교역상대국의 규제까지 가세해 수출 여건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감안, 이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품질로 승부를 거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이 품질·브랜드 강화는 물론이고 현지공장으로 수입규제를 피해 가는 전략을 택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덤핑·담합 등으로 인한 관세·벌금 부과는 정부가 직접 나서기도 어려운 점이 있는만큼 기업 스스로 각국의 움직임을 조기에 파악해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또 세계 각국에서 우리 기업을 겨냥해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고 해서 절대로 위축되거나 이를 기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쳐 경쟁에서 승리해야 글로벌 주류로 남을 수 있다. 만의 하나라도 경쟁을 기피할 경우 해당 기업은 시장 주도권을 상실한 채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기업의 숙명이다.

 정부도 점차 심해지는 통상 압력을 피하려다 국제적 ‘통상 외톨이’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중시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속적인 통상증대와 ‘무역한국’의 위상강화를 위해선 더 많은 나라와 이른 시일에 FTA를 체결해야 한다. 우리에게 곧 시작될 미국과의 FTA 협상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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